[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국정농단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 5명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에 강하게 날을 세웠다. 최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수사 과정에서 협박과 회유를 많이 받았다. 저는 정신적으로 패닉 상태이고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제 딸 정유라를 데려가 먼저 신문을 강행한 것은 딸로 하여금 저를 압박하기 위한, '제2의 장시호 만들기'를 위한 것이다. 특검의 비정상적인 회유와 압박 방법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며 신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특검은 "증인의 이번 증언 거부가 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증인이 현재 본인 재판에서는 조서 진정 성립을 인정하고 증거 채택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며 "이날도 자발적으로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는데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유로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것은 증언 거부와 무관한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최씨를 비판했다.
최씨의 예상치 못한 증언 거부로 이날 재판은 오전에만 두 차례 휴정했다. 최씨는 특검 신문 직후 "지난달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하려고 했는데 유라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며 "특검이 유라를 왜 오전 2시부터 9시까지 유치했는지 부모로서 물어봐야 할 상황이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나왔어도 위법한 증인 채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에 검찰과 특검 조사받을 때 두 가지 집중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또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두지 않겠다. 영원히 죄인으로 살게 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따라서 검찰과 특검에 증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재판부가 "이곳은 증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특검, 재판부 질문에 답해야 하는 자리다. 신문 이후 증인이 말할 기회를 주겠다. 일단 신문 사항을 듣고 증언을 거부할지 결정한 뒤 답할 수 있는 부분은 하길 바란다"고 중재에 나섰다. 특검은 "증인이 증언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이 부회장 관련 부분은 질문하는 게 좋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최씨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를 달라. 신문 내용 이해를 잘 못 하겠고 저도 어떤 부분이 증언 거부가 될지 안 될지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의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며 잠시 휴정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문을 이어가는 특검과 '침묵'을 지키는 최씨 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검이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묻자 최씨는 재판부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신문을 해야 하나"라며 신문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10개월 넘게 구치소에 수감돼 체력과 정신력에 한계가 있어 배려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는 오전 두 번째 휴정했다.
오후 2시 재판이 속개됐지만,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이 예정된 변호인 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후 재판은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끝났다. 최씨는 재판 종료를 선언한 재판부에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재판부는 "발언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증인 신문에서 한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을 때 답하라는 것이지 지금은 듣지 않겠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4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