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정부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대기업들의 편법증여에 칼날을 들면서
현대글로비스(086280)의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지분매각을 통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규제 대상에는 빗겨갔으나 증여세 과세 규제 대상 확대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과세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앞으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대상이 확대된다. 현행법상 증여세 과세는 대기업과 특수관계법인간의 정상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할 시(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 수혜기업의 지배주주가 얻은 이익이 증여로 의제돼 부과된다. 정부는 이 정상거래비율 30%를 20%로 낮춰 증여세 과세 대상을 확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거래비율뿐만아니라 거래 규모에도 기준을 둬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20% 초과에 거래규모가 1000억원을 넘을 경우 증여세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대상 확대에 따라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그룹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배주주 등의 증여세 과세대상 이익 계산방법을 바꾸면서 이에 대한 증여세 과세액이 커지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현대차, 기아차 등 특수관계자와 거래한 비중은 전체매출에서 각각 36.49%, 24.33%이며,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비중은 66.9%에 달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방식 변경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도 과세 부담액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3년 현대로지틱스에서 글로비스로, 2011년 지금의 현대글로비스로 사명을 바꿨다. 현대차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짧은시간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고 수준인 15조3406억원에 달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비율은 해외 계열사를 포함해 지난 2011년 86.8%에 달했으며, 이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2015년 65.4%, 지난해에도 66.9%를 차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높은 내부거래비율을 낮추기 위해 비계열사 매출을 키우고 관련 물류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관리 전문회사 유수에스엠의 지분 100%를 11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해운사업을 강화하고 내부거래비중을 서서히 낮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현재 계열사 의존도가 워낙 큰 만큼 내부거래비중을 당장 낮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빗겨간 바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가 총수나 그의 친족 지분이 30%(상장사 기준,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아 29.9%로 낮춰 규제를 피해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같은 지분율 30% 기준을 20%로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이 29.9%인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다시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공정위의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 경우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교묘히 피해갔던 현대글로비스는 세법개정에 따른 증여세 과세와 공정위의 과징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수출 선적 부두에 정박중인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반선. 사진/현대글로비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