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위례 포레샤인(A1-10블럭) 아파트 측벽에서 시행사인 SH공사의 로고가 빠지게 됐다. 임대주택 입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즉 ‘임대주택 포비아’로부터 어린이를 비롯한 입주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3일 SH공사에 따르면 위례 포레샤인 입주예정자 대표들과 두 달여간의 논의 끝에 아파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측벽에 SH 로고가 아닌 입주예정자들이 자체 제작한 로고를 삽입키로 합의했다. 대신, SH 로고는 아파트 단지 주·부 출입구와 안내판 등에 비교적 작은 크기로 자리잡는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위례 포레샤인은 장기전세 998세대, 국민임대 1202세대, 총 2200세대로 구성된 대단지 규모다.
지난 6월 입주예정자 다수가 서울시, SH공사, 송파구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SH 로고가 포함된 기존 로고의 변경을 요구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당초 SH공사가 제시했던 3개 안을 모두 거부하며, “저소득층 주거지로 낙인 찍힌다”, “다른 민간 아파트 아이로부터 차별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SH 로고 삭제 목소리를 높였다.
양 측은 남인순 국회의원, 최조웅 시의원 등의 중재로 수차례 만나 논의를 벌인 결과, ▲아파트 측벽 SH 로고 미설치 ▲입주예정자 제시 로고 반영 ▲SH 로고 주·부 출입구 설치 등을 합의했다.
아파트 측벽에 들어갈 작명은 입주예정자 요구대로 ‘Fore Shine 위례 포레샤인’을 양각 형태로 적용키로 하고, 시공사에 전달해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에 마곡·내곡·세곡 등 임대와 민간 물량이 섞인 소셜믹스 단지에서 자체 지역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시공사 동의를 얻어 시공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임대 전용인 위례 포레샤인의 경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예 임대주택 조성 자체를 반대하거나 ‘휴거(휴먼시아 거지)’라고까지 부르며 임대주택 자녀들을 분리해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등 비사회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역시 LH, 경기도시개발공사 등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다수의 민간 공급 아파트 단지와 함께 자리잡으며 벌써부터 임대주택 입주예정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 대신 미래에 대한 공포를 겪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소셜 믹스가 아닌 임대 전용 아파트에서 시행사인 SH 로고를 빼는게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아직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가 더딘 상황에서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점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SH로고 대신 주민 자체 제작 로고를 아파트 측벽에 달아 입주할 위례 포레샤인. 사진/SH공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