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오늘 126번째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최근 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이 인사전문가 박기찬, 박기남씨에게 털어 놓은 얘기다. 남들과 비교해 스펙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학생이었다. 심지어 면접관 앞에서 당당하게 대답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받아든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총 45군데의 면접을 봤지만 학생은 단 한군데도 취업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최근 집필한 신간 ‘126번째 이력서를 낸 날’은 그런 오늘날 청년들의 ‘고용절벽’ 세태를 들여다보고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책이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의 원인부터 그들이 경쟁자로 삼아야 할 대상, 새로운 시대에 새로 짤 취업 전략까지 자세히 소개한다. 현재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리더십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박기찬씨와 한양대 교육원에서 취준생들과 호흡하는 박기남씨의 현장 경험이 오롯이 녹아 있다.
책은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운 오늘날 상황을 분석하는데서 시작한다. IMF 이전 기업의 채용이 신입사원을 향해 있었다면 그 이후부터 시장은 경력자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구조로 변화해 가고 있다.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며 기업 입장에선 비용 대비 신속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우선 취준생들이 경쟁자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쟁자가 비슷한 또래의 취준생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저자들이 보기에 이들의 진짜 경쟁자는 실무 능력을 갖추고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자들이다.
한 학생은 저자들에게 이렇게 넋두리 한다. “고스펙임에도 신입사원 공채에서 탈락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오는데 이해가 안간다.” 그들은 대답한다. “회사 입장에서 그게(고스펙)이 정말 이익이 될까요? 기업은 당장의 생존을 고민하고 있어요. 투자 후 이익이 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기에 경력자들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거죠.”
오늘날 청년들의 취업 세태를 짚는 것이 책의 초반부라면 중반부터 후반부까지는 취준생들의 입장에서 함께 실질적인 전략을 짜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주안을 둔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 ‘세상이 원하는 것’ 사이의 교집합을 능동적으로 찾아나갈 것, ‘무조건’이나 ‘닥치는대로’ 식으로 낱개의 에피소드를 쌓지 말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스토리를 쌓아갈 것, 과거의 객관적인 나를 소개하는 이력서와 미래의 주관적인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의 차이를 알 것 등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최소 하루 8시간을 매진하며 몇십 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요? 당장 취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지만 평생직업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길 바랍니다.”(69쪽)
“자기소개서가 설명문으로 구성된다면 이력서는 군더더기 없는 문구들로 구성된다.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이 원하는 기승전결을 가져갈 수 있지만 이력서는 정해진 요건과 순서대로 작성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보고 기업이 면접 대상자를 선택하지만 자기소개서의 문을 여는 것은 이력서이다.(125쪽)
말미에는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체크리스트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실용서로도 손색이 없다. ‘특정 직무를 파악하고 관련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가?’, ‘파트타이머, 자원봉사, 인턴십 등을 해당 직무에 집중하여 하고 있는가?’, ‘특정 회사의 경쟁사, 관련 업종에 대한 정보, 사례, 추세 등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있는가?’, ‘압박면접, 일대다 면접, 토론면접 등 특정 회사의 방식을 알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가?’ 등을 보며 자신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수요자인 기업이 어떤 인재를 어떻게 선발하는지, 취업시장의 경쟁자인 경력자와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가 오늘날 취준생들이 알아야 할 사항들”이라며 “이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과 방법을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126번째 이력서'. 사진제공=일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