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업계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걸었던 핵심 공약인 탈원전 정책이 잡음을 낳자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초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 만큼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론조사를 통한 사회적 합의 결과에 따라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모델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또 당장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수명(60년) 이후 천천히 문을 닫으며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며 “유럽 등 선진국들이 수년 내에 원전을 멈추겠다는 식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 국내는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문을 닫아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기준 70%에 달하는 석탄과 원전 발전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오는 2030년까지 현재 3.6%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새 산업통상부장관에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백운규 전 한양대 교수가 임명되며 무게감이 실렸다. 하지만 탈원전의 대안인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엔 국내 환경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덕환 탄소문화원장(서강대 교수)은 “독일은 북해를 끼고 있어 풍량이 많고, 미국의 경우 남부지방(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황무지와 햇빛이 존재하지만 국내는 일사량이 미국의 70% 미만에 불과해 태양광만 해도 겨울엔 거의 놀아야 하는 수준”이라며 “현재의 탈원전 정책이 궁극적으로 20%를 태양광으로 가겠다는 건데 전력수급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앞서 LPG 규제완화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이 시장과 업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야기했듯, 탈원전 정책도 불안하다는 것. 정부 역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LPG 규제완화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 등 주요 에너지 정책들에 대해 관련 업계는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실수요자와 사업자 모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LPG 규제완화의 경우 기존 7인승 RV에서 5인승 RV로 일반인 구입 가능 차량 폭이 확대됐지만 시판 중인 모델이 전무한 상황이고, 알뜰주유소 역시 적합하지 않은 가격 비교 모델로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