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초석’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별세

입력 : 2017-08-20 오후 4:40:40
강진구 삼성전자 전 회장.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깔았다고 평가받는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저녁 8시41분 별세했다. 향년 90세다.
 
강 전 회장은 192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공대 전자과를 졸업했다. 이후 동양방송에 입사해 이사까지 올랐고, 1973년에는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했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신뢰를 받았던 그는 삼성전자 전무·사장, 삼성전자부품·삼성전자 사장, 삼성반도체통신 사장,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관·삼성전관·삼성전기 회장 등을 거쳤다. 특히 삼성전자 대표이사 시절 1969년 창립 이후 5년간 적자였던 회사를 단번에 흑자로 전환시켰을 정도로 경영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강 전 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꼽힌다. 삼성반도체통신(1988년 삼성전자로 통합) 사장을 지내던 1983년 마이크론에서 반도체 기술을 이전받아 64K D램을 세계 3번째로 출시했고, 이는 삼성의 반도체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985년에는 반도체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고, 1986년에는 256K D램 양산을 주도하기도 했다.
 
강 전회장은 또 일찍이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보고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1992년 한중수교시점에 중국과 합작으로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으며 멕시코, 태국, 헝가리 등에 일찍이 생산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갖췄다.
 
그는 2000년 12월31일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삼성전기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강 전 회장은 1995년 설립된 ‘삼성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헌액된 인물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면 퇴직 후 퇴직 당시 급여의 70%를 받고, 본인이 사망한 뒤에도 배우자에게 50%의 급여가 지급되는 그룹 내 최고의 예우를 받는다.
 
그는 전자공업진흥회장, 전자산업진흥회장,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고, 2006년에는 서울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오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강병창 서강대 교수, 강선미 서경대 교수와 강선영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3일 오전 7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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