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 대표 후보 못지않은 열정적인 자세로 당 개혁의 비전을 외치며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스타 변호사로 얼굴을 알린 장진영 전 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장 후보는 현재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으로서, 지난 대선에서는 당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 후보에게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이른바 ‘소비자 대변인’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며 명성을 날렸기 때문이다. 장 후보는 사법연수원 36기로 변호사 활동을 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등을 지냈다.
대기업의 입법로비 등의 벽에 부딪혔던 장 후보는 국회에 들어가 대기업과 정부의 횡포와 맞서 싸우겠다는 결심을 하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든 것 역시 그런 뜻을 이루기 위함이다. 실제로 그는 출사표를 통해 “국민의당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마지막 기회”라며 “우리는 국민의당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고위원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장 후보는 20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최고위원에 당선되고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당이 지금의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형 로펌회사들과 대기업들, 정부 등 거대한 세력에 맞서 승리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당을 제3당으로의 반석 위에 올리겠다는 장 후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장진영 후보가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이 위기다. 이번 전당대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가.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마지막 기회다. 그만큼 우리 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왜 위기인지는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당만 새롭지, 당의 모습이 새롭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당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야 살아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 뜻에서 우리가 새로운 모습을 만들고 이에 걸맞은 실천을 하면 당은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당의 미래는 없다. 또다시 이런 전당대회를 치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를 다시 얻어오지 못하면 지방선거까지 가지도 않고 당은 끝장난다. 우리 당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를 받아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우리 당에 올 것 아닌가. 그래야 지방선거를 치룰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방선거 자체를 치룰 수 없다. 결과는 고사하고, 지방선거에서 뛸 자원들이 다 빠져 나갈 것이다. 자기 살길을 찾아서 다른 당으로 다 빠져나갈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많은 후보들이 국민의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다당제의 성립을 이유로 꼽는다.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국민의당만이 꼭 다당제 하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는데.
국민들이 다당제를 찬성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있어야만 다당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다당제 하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우리 몫이다. 그런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 다른 당이 와서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다당제라는 시대적인 흐름을 제일 먼저 보고, 그 길목을 선점하고 있는 당이다. 국민의당이 잘하면, 기본만 해주면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대대적인 혁신이다. 혁명 수준의 혁신이다. 국민의당이 이렇게 된 것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작게 가더라도 가치와 지향에 맞는 인물들로, 그리고 젊고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하고 출발했더라면 시작은 작았지만 지금 당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당 초반에 조급했다. 원칙이나 기준 없이 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당을 향해 잡탕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지만 지금이라도 그것을 다시 풀고 다시 채워야 한다. 첫 단추를 다시 채우는 개혁, 변화들이 굉장히 고통스럽겠지만 우리는 해내야 한다. 다른 정당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아예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 1년된 정당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당원 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인가.
당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사람의 리더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앙당 중심 체제 구축이 불가피했다. 이제는 중앙당 중심 체제 시스템을 빠르게 지역위원회와 시도당 중심 체제로 바꿔야 한다. 당원과 지역위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 지역위가 바뀌고 당원이 변화하는 정당을 만들어내야 우리나라 곳곳의 국민들에게 ‘저 당은 뭔가 다르구나’하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공허하게 중앙에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행동으로 뿌리 내리는 그런 정당으로 가야 진짜 다른 정당이 된다.
예를 들어 제가 있는 서울 동작을 지역은 당원수가 많거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국민의당 전국 지역위 중에 유일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다른 지역위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동작 작은 대학’이라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이다. 당원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양 강좌를 10주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수료를 하면 수료식을 열고, 학사모나 학사 가운을 입혀드리고 사진도 찍어드리는데 긍정적 평가가 굉장히 많다. 수료식에서 학사 가운을 입고 울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이를 통해 국민의당 지역위는 ‘뭔가 다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은 청년 아카데미를 통해서 젊은 청년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또 동작 작은 대학에는 소비자특별위원회도 있다. 제 전공이기도 하다. 동작 지역에는 중앙대, 숭실대가 있다. 이 대학의 학생들과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을 목표로 함께 하고 있다. 작년에 도미노피자가 허위 과장광고를 한 적이 있다. 네이버 메인 배너 광고로 피자 50% 할인이라는 광고를 한 것이다. 현대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50% 할인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는데 알고 보니 현대카드 포인트를 50% 내야 반값 할인이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반값 할인인가.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 지역위 소비자 특위에서 문제 제기했고 본사 대표가 와서 사과를 하고 보상도 이뤄졌다.
이러한 일을 다른 당 지역위에서 한 예가 없다. 중앙당도 안 한 일을 사람도 몇 명 없는 지역위가 한 것이다. 그래서 제 꿈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당원들, 그리고 그런 당원들이 모여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역위, 그런 당원들과 지역위가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드는 일이다. 이게 정당혁명이다. 이렇게만 되면 국민의당은 무조건 집권하게 돼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지역위의 전사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 당이 없어질 수 있겠는가. 무조건 집권할 수 있다.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공명선거선포식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공명선거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섭, 김용필, 박주원, 장진영, 김진성 최고위원 후보. 사진/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처음에는 반대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일단은 출마를 했다. 이렇게 되면 출마를 잘했냐, 안했냐하는 논쟁보다는 진짜 당을 살릴 사람이 누구인지 당원들이 판단해서 표로 심판받는 게 맞다고 본다. 출마 적정성 논란은 이제 소모적이다. 더 생산적인 논쟁으로 경쟁해서 진짜 표로 심판받는 그런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당원이 지금 나오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안 전 대표 외에 다른 후보를 찍을 것이다.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어쨌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하면 뽑을 것이다. 당원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과 바른정당과의 관계 설정도 궁금하다. 안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무게를 두는 모습인데 장 후보는 이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게 우리 당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우리 당은 기초가 부실하고 잘못 지어져서 흔들흔들 거리고 무너져 내릴 상황이다. 다시 기초를 잡고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다른 집하고 우리 집을 다시 재건축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튼튼히 서야 다른 집과 연결을 시키든지, 리모델링을 하든지 할 수 있다. 우리 당이 기초가 부족했기 때문에 제보조작 문제도 거르지 못한 것이다. 그런 문제를 바로 잡는 게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될 부분이다.
현재 최고위원 경선 판세는 어떠한가.
저에겐 조직이나 자금, 이런 것이 없다. 정치 경험도 짧다. 그렇지만 우리 당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다. 그 열망의 크기에 비례해서 제 표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제가 유일하게 40대 후보고, 제가 해왔던 일들, 걸어왔던 길을 보면 저를 국민의당의 희망이라고 볼 것이라고 믿는다. 변화의 열망에 대한 기대가 크면 제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최고위원 후보에 비해 장 후보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국민의당의 새로운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후보다. 저는 앞으로 “이동섭 의원이 국민의당의 새로운 모습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 이동섭 의원을 찍어주십시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장진영을 찍어주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일단은 제가 젊지 않나. 우리 당에서 그동안 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데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당이 잘 싸우지 못했다. 저는 변호사를 하기 전부터 재벌, 정부와 맞붙어 싸워서 소비자의 이익을 지켜왔다. 제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10년 넘게 싸워온 것이다. 소비자 단체들을 만들어서 운동을 해왔고, 그런 제 발자취들이 제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이다. 우리 당원들은 그것을 보고 있다. TV 활동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왔고, 당 대변인으로서 맨 앞에 앞장서서 싸워왔다.
이번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당 최고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지.
저는 이번에 국민의당이 실패하면 집에 돌아갈 작정이다. 정치 안할 생각이다. 이런 각오로 당을 살려내겠다. 국민의당의 실패는 양당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 적대적 공생관계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정치를 그만두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탈출도 고민할 수 있다. 다른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유학 보낼까 고민할 때 우린 애가 셋이기 때문에 내보내지도 못하니까 나라도 뭔가 이 세상을 바꾸자는 마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도망가는 것보다는 맞서 싸워보자는 생각에서다. 만약에 이번에 안 되면 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봐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나라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이 과감하게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저는 그 으뜸으로 기초 의원 정당 공천 폐지를 우리 당이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국회의원들이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수족을 잘라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네들이 편하게 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당이 먼저 이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자치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기존 정당들이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 이것이 국회의원 세비 감축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다. 겉핥기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 다음에 다당제가 정착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일이다. 구의원 선거에서는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그것을 전면 확산시켜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정당명부제 비례대표를 만들어서 국민의 지지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의가 정확히 반영될 수 있다. 그런 정치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반드시 관철시키겠다. 그리고 지역위가 중심이 되려면 지역위 사무실인 정당 사무소를 부활시켜야 한다. 중앙당에 몰려있는 자금도 내려보내서 지역위와 시도당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골자다. 지방자치의 정상화, 선거구제 개혁, 지역위 부활을 통해서 풀뿌리 민주주의 정당의 기반을 확립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조직도 없고, 돈도 없다. 오로지 당원의 혁신에 대한 열망에 기대서 몸을 던졌다. 수영하려는 사람이 몸을 물에 맡겨야 뜨듯이 저도 시대의 흐름과 열망에 몸을 맡긴 것이다. 우리 당원들이 어떻게 해야 당을 살릴 수 있는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반드시 수석최고위원이 되어서 우리 당의 얼굴이 되겠다.
2011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행복나눔 간담회에서 당시 장진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