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싸고 국민의당이 친안(안철수)계와 반안(안철수)계의 정면대결로 치달으며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경선 주자들의 호남 당심 잡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9일 오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영화인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취재해 실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화다.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광주 참상을 담은 영화 관람으로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10일에는 호남의 심장부격인 광주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이 출마하게 된 배경과 당 혁신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대선 이후 광주를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지난 5·18 기념식 참석 이후 처음이다. 그가 후보 등록 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찾은 것은 호남이 어느 곳보다도 본인의 출마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50%가 넘는 당원이 있는 호남을 공략하며 표 확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오전 전북 전주에서 한 TV 토론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익산을 돌며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TV 토론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특정인의 사당화보다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5일에는 당 전북지역위원회 인사들과 만나는 등 호남지역 당원들과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안 전 대표보다 하루 앞선 전날 밤 청년들과 함께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민주화 운동 당시 기자로서 광주를 방문해 취재를 한 경험이 있는 정 의원은 영화 관람 이후 면담 자리에서 “당시 광주는 고립된 섬이었고, 이번 영화를 보고, 광주와 호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이날 전남 보성·고흥·장흥·강진·여수 지역위원회에 소속된 당원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진행하며 세 결집에 주력했다. 천 전 대표는 전날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목포지역위원회와 순천지역위원회도 잇따라 방문한 바 있고, 지난 7일에도 전남 무안과 해남·광양 등 전남 동·서부를 연일 누비며 당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국민의당 당원 중 50% 이상이 호남에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호남 원적층의 비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국민의당의 호남 관련 당원 비율은 80% 정도로 예상된다. 정 의원과 천 전 대표가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며 단일화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 전 대표는 호남에 신경을 쓰면서도 비호남인 수도권 지역을 돌며 탈호남에 방향을 잡은 듯한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전대 출마 선언 이후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먼저 공략하기도 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참석한 당 혁신위원회 토론회에서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호남에만 갇혀 있는 경우 정당의 경쟁력과 기대감이 점차 사라진다”며 “지난 총선에서 영남권으로 외연을 확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사례를 본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10일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을 한 후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등 조직표를 제시하고 당 혁신안 등 공약도 내놓기로 했다. 정 의원은 10일, 천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11일에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왼쪽부터), 안철수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