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과거에 비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국가경쟁력이 많이 낮아졌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일본에서 22명이 노벨과학상을 받는 동안 우리나라는 후보자에도 끼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대비에도 뒤쳐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정부는 ‘청년과학자와 기초연구 지원으로 과학기술 미래역량 확충’, ‘자율과 책임성이 강화된 연구자 중심 R&D 시스템 혁신’ 등으로 미래먹거리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방통위를 대상으로는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며 공영방송 정상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방송의 경우 언론 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도 많이 위축됐다는 평가”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의 정상화 필요성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와 관련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켜지 못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현 경영진 해임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관련 움직임도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당 내 적폐청산위원회에서는 보수정권 시기 공영방송 등 언론 공정성 침해를 핵심 의제로 정해둔 상황이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전날 “방송개혁의 첫 걸음은 공영방송이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하루빨리 되찾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위한 ‘언론장악방지법’을 발의했지만 1년이 넘도록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이른바 ‘방송4법’ 통과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보도·제작·편성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됐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새로운 공직자상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하게 됐다”며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개혁의 구경꾼이나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이끄는 주체라는 자부심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과기부와 방통위를 시작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부처별 업무보고는 핵심 정책을 놓고 참석자들이 토의하는 방식으로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핵심정책 토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