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 업무 과다로 '모야모야병'…법원 "산재 인정"

"업무 부담과 정신적 압박 심했을 것"

입력 : 2017-08-25 오전 10:23:2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발병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모야모야병을 기저질환으로 가졌던 근로자가 해외 출장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수연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판사는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김씨에 대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에 대한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 업무가 과중했고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 부담이 증가해 원고에게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와 부담, 스트레스가 유발했다"며 "그로 인해 원고의 모야모야병이 발현됐거나, 내재해 있던 모야모야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해 뇌출혈로 발전해 발병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업무와 상병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는 싱가포르에서 고도로 집중해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 많았다. 원고가 업무를 진행할 때 현지 회사의 업무 협조가 절실했는데 제대로 협력해주지 않아 원고가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원고가 혼자 담당하는 자재 총괄 업무도 벅찼을 것인데 그 외에 전기계장 업무 지원도 함께 했다. 해외 체류 기간 3개월 이내에 끝마쳐야 해 업무적 부담과 정신적 압박감은 심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고는 오전 7시 업무를 시작해 점심도 대부분 샌드위치로 때웠다. 숙소와 사무실을 오가며 꽉 짜인 틀에서 거의 쉴 틈 없이 계속 업무를 했다"며 "원고의 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은 1주 평균 68시간 26분에 달한다. 이는 뇌혈관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시간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록 원고에게 기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인지됐지만, 법원 감정의는 모야모야병이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기도 해지만 대부분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큰 스트레스는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모야모야병 환자에게도 뇌출혈 발생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며 "원고는 고혈압, 고지혈 등 뇌혈관 질병과 관련된 별다른 증상이 없는 신체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모회사 자재부장이던 김씨는 2013년 12월 싱가포르 출장에서 호텔 방문 앞에 쓰러져 좌측 뇌내출혈 판정을 받았고 이후 국내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모야모야병 확진을 받았다. 이후 업무 과다로 병을 얻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상병과 업무 관련성이 낮고 김씨가 선천적으로 모야모야병을 가지고 있었다"며 기각했다. 이에 김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