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이재용 실형…'수수' 박 전 대통령 유죄 가능성 커져

수수, 공여보다 큰 처벌…22부, 이번 박·최 공모관계 인정 참고할 듯

입력 : 2017-08-25 오후 7:19:2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 가능성이 한층 더 커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 등 5명의 삼성 임원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도 유죄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상 뇌물죄에 있어 준 사람이 유죄일 경우 받은 사람도 유죄를 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심리를 맡은 재판부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돈을 준 사람은 유죄인데 받은 사람은 무죄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박 전 대통령 공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판단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뇌물수수자는 뇌물공여자보다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도 박 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요소다. 뇌물공여자는 최대 징역 5년 이하인 반면에 뇌물수수자에 대해서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통상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보다 형량이 높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이 불리한 정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전지훈련 지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직무와의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봤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관련 청탁을 하고 이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최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구도를 인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을 출연한 뇌물 공여 혐의와 최씨에게 승마 관련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213억원에 대한 뇌물 공여 부분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씨에게 실제 지급된 78억원 중 72억9427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 전액을 유죄로 봤다. 뇌물공여 액수만 89억원이 넘는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맺어 왔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국정 운영에서도 최씨 관여를 수긍하는 관계에 있었던 점, 대통령이 직접 정씨를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이 부회장 단독 면담에서도 승마지원에 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이 미흡한 경우에는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을 들었다. 또 "승마지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들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 점,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삼성의 승마지원 진행 상황을 계속 전달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대통령이 최씨의 독일 생활이나 승마지원과 관련된 주변인들의 인사를 직접 챙기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가 아니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비신분자와 뇌물수수를 공모해 공동정범인 비신분자가 뇌물을 받게 하는 경우, 이는 자기 자신이 받는 것과 같게 평가할 수 있어 단순수뢰죄를 구성하며, 비신분자도 형법 제33조 본문에 의하여 공동정범이 된다"며 "공무원과 비신분자가 공모해 공동정범인 비신분자가 뇌물을 받은 경우에, 단순수뢰죄가 성립하기 위해 신분자인 공무원에게 뇌물이 실질적으로 귀속될 것을 필요로 한다거나, 비신분자인 공동정범이 받은 것을 신분자인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 관계에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승마 이익 전부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씨에게 귀속됐으므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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