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파산·회생 절차에서 재산이 없는 것처럼 속여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9일 채무자회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파산과 회생 재판 과정에서 300억~400억원의 차명 주식과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급여 외에 재산이 전혀 없는 것처럼 재판부와 채권단을 속여 예금보험공사 등에 대한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고, 해당 차명 재산과 관련해 세금 25억원 상당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5년 7월 기소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선의의 파산·회생제도를 악용했다. 내용과 피해 규모를 볼 때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범죄"라면서 박 회장에게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된 2006년 4월1일 이후 행위와 함께 사기개인회생죄 또는 사기회생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지난 4월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박 회장은 징역 4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사기회생으로 인한 채무자회생법 위반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며 "범행으로 끼친 피해 정도, 범행에 이른 과정, 범행 후 세금 납부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회장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유지했다.
수십억원을 탈루하고 수백억원대의 채무를 부당하게 면제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2015년 7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