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IFA가 인공지능(AI) 격전장으로 변모한다. 시대를 구분 지었던 스마트폰은 주연의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TV를 비롯한 가전들은 인공지능으로 무장, 새 시대를 예고한다.
세대별 IT 혁신을 주도한 디바이스는 1세대가 PC, 2세대가 스마트폰으로 규정된다. 스마트폰을 이을 3세대 디바이스로는 아직 뚜렷한 주자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가 저물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흐름은 예상대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서 디바이스와 인공지능 간 결합이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제조사들도 전략을 바꿨다. 단순 기술 혁신에서 벗어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능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진화된 인공지능을 디바이스에 입힌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미래 경쟁에서 인공지능이 승부처가 됐다. 데이비드 로우즈 삼성전자 유럽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30일(현지시간) IFA 개막에 앞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기술 혁신이 의미가 있으려면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삼성전자 유럽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데이비드 로우즈(David Lowes)가 30일(현지시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드럼세탁기 ‘퀵드라이브’를 공개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큐레이터’ 기능을 적용해 소비자의 세탁 고민을 덜어 준다. 최적의 세탁코스를 추천해 주거나 빨랫감의 종류와 오염 정도에 따라 맞춤 코스를 제안한다. 주기적 데이터 분석으로 제품 상태를 상시 진단하고, 세제가 모자르면 아마존에 자동으로 주문까지 한다.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한 연결성으로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웨어러블도 출격한다. 삼성전자는 운동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한 ‘기어 스포츠’, ‘기어 핏2 프로’, ‘기어 아이콘X 2018’ 등 3종의 베일을 벗겼다. 이들 기기도 뛰어난 지능을 장착했다. 수영이 가능한 강력한 방수는 물론 운동 중 음성으로 실시간 코칭을 해주는 인공지능이 돋보인다.
IFA 막이 오르면 놀라움은 계속된다. LG전자는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음성인식 인공지능 플랫폼과 연동되는 다양한 스마트 가전을 선보인다. 알렉사 및 어시스턴트와 연동되는 LG 생활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오븐 등 7개다. “알렉사, 로봇청소기 켜줘”라는 음성 명령만으로 로봇청소기의 동작이 가능해진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능력을 한껏 뽐낼 자체 디바이스도 꺼내든다. 알렉사를 탑재한 인공지능 카메라 에코룩은 사용자를 3D 스캔한 뒤 머신러닝을 통해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평가해 준다. 알렉사의 조언은 스타일리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로 다른 모습의 패션 스타일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 전자기기 업체였던 필립스는 인공지능을 접목해 헬스케어 업체로 변화했다. 이번 IFA에서 혈압, 체온, 심장박동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인공지능 플랫폼에 연결한 뒤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한다.
한편, 치매환자에게 전기 자극을 주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휴대용 헬스케어 기기(Ybrain)나 걸음걸이를 분석해 자세를 교정해주는 교정밴드(ZIKTO Walk), TV를 제스처로 컨트롤하게 해주는 디바이스(EyeSight Technologies) 등 스타트업들에 의해 인공지능 디바이스 기술의 지평도 넓어졌다. 올해 IFA는 스타트업의 혁신 제품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IFA 넥스트’를 별도로 마련했다. 160여개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IoT, 웨어러블, 스마트홈, 가상현실, 디지털헬스 등의 분야에서 상상력을 펼친다.
독일 베를린=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