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1년 만에 재개된 북한의 핵실험에 항공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사드 악재에 연초부터 이어진 여객 감소로 시름해 온 지방공항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북한이 단행한 6차 핵실험에 한반도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지방공항들의 표정이 극히 어두워졌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냉각, 중국 수요 급감으로 시름하던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부 부정기편 취항 불허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지난 3월15일 방한 단체여행 제한으로 이어지며 국내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지난 3월15일부터 7월31일까지 중국 노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44.8% 급감했다. 일본 및 동남아 노선 호조에 중국 외 지역이 20.5%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중국 노선 의존도가 높은 청주와 제주, 무안, 양양 등의 국제선 여객 낙폭이 두드러졌다. 정부가 지난 4월 사드 제재 관련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7월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1.5~93.9%의 국제선 여객 감소율을 보이며 오히려 여파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여객 감소에 괴로워하던 지방 공항들은 북핵 도발에 근심이 더욱 깊어진 분위기다. 높은 중국 여객 비중에 급감한 국제선 여객실적을 기록 중인 청주국제공항 전경. 사진/충북도청
여기에 이번 북핵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자 한숨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 여객 비중이 높은 일부 공항에만 악재로 작용하던 사드 여파와 달리 북핵 도발은 국내 정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른 지역 공항들 역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한 공항 관계자는 “사드의 경우 그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정부 지원책이라도 존재했지만, 이번 사안은 외국 관광객들의 인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 업계는 물론 정부가 딱히 손을 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경우 2분기 기준 해외발 매출 비중이 40%가 넘는 대형사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90% 안팎의 높은 한국인 여객 의존도를 보이는 저가항공사(LCC)의 표정도 좋지만은 않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단 확대 및 노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한 국내 정세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유발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외국인의 국내 입국에 계속해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외국인 승객 의존도가 높은 대형 항공사 실적 타격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 “업황 악화에 타격을 받은 대형사가 운임인하 경쟁에 나설 경우 LCC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9일 이후 1년여 만이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총 9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