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냉랭해진 한중 관계에 중국 여객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항공업계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발 맞춰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어 답답함은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4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16.5% 증가한 중국 이외 국제선 여객 증가세와 상반되는 것은 물론, 2.2%를 기록한 국제선 전체 여객 하락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3월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본격적인 보복 조치로 시행한 한국단체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년여를 지속한 사드 여파에 업계 피로도는 나날이 더해만 가고있다. 비록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와 사드 보복 여파가 맞물린 2분기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사드 악재 해소보다는 항공사별 발 빠른 노선 전환 등에 따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노선의 대체지로 꼽히는 일본·동남아를 비롯한 전체 해외여행 수요가 풍부한 3분기 역시 견조한 실적이 전망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 주요 노선 가운데 하나인 중국을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5개월째 이어진 중국 여객 감소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개선을 기대하던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 출국개으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경. 사진/뉴시스
일부 지방공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편이다. 올 상반기 전국 15개 공항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6976만5307명을 수송하는 동안 중국 여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공항(81.6%)과 청주공항(80.6%) 등은 국제선 여객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 등 외부 변수에 그나마 능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항공사와 달리 공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상황을 타개해 주기 전까진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피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공항과 청주공항만 놓고 봐도 지난달 각각 82.2%와 66.5%의 전년 동월 대비 여객 감소율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역시 지난 4월 발표한 긴급 지원 대책을 보완해 추가 맞춤형 지원 대책을 꺼내 들었다. 여객 감소가 큰 지방공항의 항공수요 회복을 위한 노선 다변화 지원을 비롯해 여행사 인센티브 확대, 면세점 및 상업시설 피해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신통치 않다. 임시방편에 가까운 지원책 보다는 근본적이 해결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의 분위기 전환에 목마른 업계는 여전히 정부 움직임 만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과 상업시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과의 관계 해소"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국면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떤 지원책으로도 큰 효과를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