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가이 라이더 ILO(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이 한국 내 단절된 노사정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한한 라이더 사무총장은 5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대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노사정 대화 단절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난다”며 “어제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당사자 간 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노동문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등 문제가 누적돼있다”며 “ILO는 문제가 생기면 대화를 해서 해결책을 마련한다. 이런 방식이 한국에서도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라이더 사무총장은 ILO의 핵심협약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까지 한국은 ILO 핵심협약 8개 중에서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미비준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98호) ▲강제노동(29호) ▲강제노동 폐지(105호)에 관한 협약이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제 이 내용을 말했다”며 “내가 알기로는 문 대통령도 비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그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 대화를 나눴다. 한국정부가 87번과 98번 협약을 비준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라이더 사무총장의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 그러면서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정부보다 앞서 시가 우선적으로 실천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서울은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를 도시 차원에서 먼저 실천하고 싶다”며 “그래서 국가 차원의 비준을 위한 조건 마련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박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청년 실업자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을 바로 노동조합으로 승인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기자회견 후 박 시장과 라이더 사무총장은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후에는 평화시장 인근 ‘전태일 다리’를 찾아 전태일 열사 기념상에 헌화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소설가 조정래·황석영 글귀가 새겨진 바닥동판을 함께 둘러볼 예정이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박 시장이 노동을 존중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대해 감사하다”며 “도시와 국가는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은 뉴욕과 도쿄 등 세계 10개 도시정부와 8개 국제기구, 국내 공공기관 및 노사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5·6일 이틀간 진행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이 라이더 ILO사무총장이 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