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BBK 가짜 편지 사건’과 관련한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며 법무당국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새 단서가 발견되면 재수사의 필요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 장관에게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새 단서를 보여드린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BBK 가짜편지 사건은 2007년 대선 당시 BBK 투자자문 사장을 맡았던 김경준씨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 공범이라는 증거를 대겠다며 한국으로 입국한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는 정부가 기획한 입국이라며 그 근거로 ‘편지’를 물증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경준씨와 같이 미국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큰집’이 정치권 배후를 일컫는 것이라며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박영선 의원님께 제 본의가 아니었음을 사죄드리며, 기회가 되면 무릎을 꿇고 정식 사죄를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두 개의 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쓸 때는 아닙니다. 가짜편지 검찰청 발표는 담당검사 박철우 검사의 말 빼고는 전부 거짓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의원은 “이 문자메시지의 발신인이 누구인지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제가 자료를 제공할 테니, 새로운 단서가 나온 만큼 새로운 수사를 해 달라”고 박 장관에게 요청했다. 박 장관은 “관련 자료를 보내주시면 신중히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이날 이명박정부 시절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신 의원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2009년 2월 자료인데 이전에도 있었다. 김성호 국정원장 시절”이라며 “수사단서가 발견되면 이 전 대통령도 부를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수사가) 필요하다면 부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BBK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 조치도 촉구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BBK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2011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박 의원은 “BBK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정 전 의원의 경우 억울한 일로 옥살이 까지 했다”며 “정 전 의원의 경우 특별사면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사면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곤란스럽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야당은 이날 인사시스템 난맥과 공영방송 파업사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을 요구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야가 동시에 부적격이라고 했다”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문제삼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록으로만 봤을 때는 이 분(박 후보자)이 괜찮겠다 싶었는데, 독특한 사상 체계를 갖고 계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파업 사태와 관련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정파적일 수 있기 때문에 덜 정파적으로 만드는 게 향후 더 바람직하다”며 “반대는 하지 않지만 최선의 대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덜 정파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