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 기술특례상장 1호 업체다. 2000년 설립된 이후 신약개발전문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백혈병 신약후보물질로 약 36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해외진출을 앞둔 혁신적인 신약후보물질도 다수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자인 조중명 대표이사 회장은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의 산증인이다. 1974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지난 40년 동안 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조중명 대표는 국산신약의 해외진출에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CG400549)는 미국 항생제 전문회사와 텀싯(Term Sheet, 본 계약 전 세부조건 계약이행각서)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상용화되면 최소 1조원 매출이 기대된다. 관절염 치료 신약 '아셀렉스'는 중국, 러시아 등 국가에 텀싯 계약 2건을 체결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CG200745)는 10월 안에 미국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혁신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다수여서 본격적으로 기술수출이 나올 것이다."
조중명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 대표이사 회장의 R&D '뚝심 경영'이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중명 대표는 회사 설립 후 15년 동안 지속 적자에도 R&D만큼은 전폭적으로 투자했다. 'R&D가 살길'이라는 신념은 산전수전 다 겪은 신약개발 경험에서 비롯됐다. 조중명 대표는 신약개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초창기 LG화학 제약사업부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1984년 럭키(현재 LG화학) 미국 바이오텍연구소에 과장으로 입사해 3년만에 임원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LG화학 바이오텍 연구소장으로 근무할 때 책임 하에 항생제 '팩티브'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팩티브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팩티브 외에도 4개 신약 과제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제약압계 신약개발 초기 단계인 2000년대에는 중요한 업적이었다.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에서 나와 2010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설립했다. 자유롭게 신약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벤처기업 창업에 도전했다.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에서 바이오의약품, 합성신약 등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면서 닦은 기술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03년 국내 최초로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표지 논문을 게재하며 제약업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기부전치료제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 규명했다. 원자 수준으로 단백질 구조를 밝혀낸 독자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2010년은 신약 R&D의 첫 결실을 맺은 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개발 신약인 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를 2015년 허가받았다. 조 대표는 아셀렉스 개발을 위해 7~8년 동안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
"아셀렉스는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했다. 경쟁제품인 '쎄레브렉스'의 100분의 1의 양으로 진통소염효과를 보인다. 용량이 적기 때문에 위장장애나 심혈관계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셀렉스와 비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을 결합한 복합제도 개발하고 있다. 중증 관절염 통증 환자의 상당수는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한다. 아셀렉스와 트라마돌을 같이 사용하면 마약성 진통제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셀렉스와 트라마돌 복합제는 연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1월 티알팜(TRPharm)과 10년 간 총 6300억원 규모 아셀렉스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 중동, 북아프리카 등 19개국에 본격적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추가 기술수출도 진행 중이다.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국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2개사와 아셀렉스 기술수출 텀싯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최종 조율하고 있으며, 본 계약 체결이 남아 있다. 남아메리카 다국적 기업과도 기술수출 조율하고 있다. 유럽 진출을 위해 유럽의약품청(EMA)과 임상 협의를 하고 있다. 아셀렉스와 트라마돌 복합제는 우선 국내 1상이나 2상을 자체적으로 완료한 뒤 벨류를 높여 기술수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텀싯 계약이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 계약을 작성하기 전에 세부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작성하는 구속력이 있는 약정서를 말한다. 이 단계서 계약 규모 등의 합의가 이뤄진다. 회사 최대 프로젝트인 슈퍼박테리아 항생제(CG400549)도 텀싯 계약을 체결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CG400549로 미국에서 임상 2a상(전기 2상)을 완료했다.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 전원이 100% 완치됐다. CG400549는 슈퍼박테리아인 메치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을 치료하는 항생제다. 전세계에서 최초로 개발되는(first-in-class)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CG400549은 슈퍼박테리아인 MRSA만 잡는 항생제다. 환자에 우선 1차치료제를 주고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MRSA로 확인이 되면 사용되는 3차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중에서 MRSA가 제일 많다. 미국에서만 MRSA에 걸려 2만명이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세계적으로 MRSA 항생제는 '자이복스'와 '큐빅신'이 있는데, 모두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다. 기존 MRSA 항생제보다 효과가 우수해 블록버스터 약물로 기대를 하고 있다. 하루 정제(알약) 1~2개 먹도록 최소화했다. 정제 제형 변경으로 호주에서 간단한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2b상부턴 해외 파트너사가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제약사와 기술수출 합의(텀싯)한 상태다."
조 대표는 아셀렉스와 슈퍼박테리아 항생제가 글로벌 상용화되면 7조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셀렉스로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두 과제 외에 글로벌 진출이 목표인 신약후보물질도 다수다.
급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CG200745)는 내달 안에 미국 FDA에 임상시험을 신청할 예정이다. 전세계 혈액암 시장은 30조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2만명 이상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CG200745은 2019년 안에 미국 1상을 완료하고 기술수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CG200745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췌장암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둘다 글로벌 진출이 목표다. 두 질환으로 국내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세포의 비정상분화와 성숙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현재 1차치료제로 쓰이는 저메틸화제를 사용한 환자의 80%가 내성이 발생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당수가 급성백혈병으로 악화된다. 췌장암 치료에 대한 비임상 연구 논문이 2017년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급성·만성 백혈병 치료제(CG026806)는 지난해 6월 앱토스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이전됐다. 계약규모는 약 3600억원에 달한다. 앱토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전임상개발·임상개발·허가·생산·상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중명 대표는 앱토스가 내년 CG026806의 글로벌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1~2개 전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나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를 전임상부터 시작한다. 경구용 저분자 면역항암제는 후보 선정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다양한 신약 임상을 진행하다보니 R&D 비용이 많이 든다. 전환우선주 170억원을 포함해 회사에 현금이 400억원 정도가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임상 비용에 투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진출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출물량이 나가고 기술수출 계약금액 등이 유입되면 내년부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회사의 신약 R&D가 차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된 신약을 2~3개 만드는 게 목표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글로벌 국산신약을 만들어내겠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혁신성과 진보성을 자신한다. 시장 가치가 한국에서 가장 큰 제약사로 성장시킬 것이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가 2015년 열린 '혁신형제약기업 성과보고회'에서 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 개발전략과 임상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