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수출기업 대부분이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으로 경영환경이 변화할 것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대응에 들어간 기업은 5%에 그쳤다. 글로벌 차원의 생산(개발 포함) 및 업무 혁신은 물론 SCM(공급망관리)과 연관된 선진 물류 및 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83% “4차 산업혁명 영향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4일 발표한 ‘무역업계의 4차 산업혁명 대응현황 조사’ 보고서(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611개사 대상)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제품개발과 마케팅 등 경영환경이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이라고 응답한 곳의 비율은 83.3%였다.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곳이 38.5%, 3년 이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곳이 44.8%로 집계됐다. 이중 8.3%는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무역업계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기업 중 ‘이미 대응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1~2년 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1.6%로 높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한 체감 수준은 수출 품목에 따라 편차가 컸다. 휴대폰, 선박, 가전, 반도체 등은 60% 이상의 업체가 자사의 경영환경이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2년 이내에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응답한 반면 석유제품,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화학공업제품 등은 그 비중이 30% 미만으로 급감했다.
IT제품과 반도체 업계는 경영 전반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실행하거나 실행이 임박한 단계에 와 있다. 자동차, 조선, 로봇, 일반기계 등의 기업들도 제품 및 공정 혁신을 위해 빅데이터와 모바일 등의 기술 적용을 추진 중이다. 기술적 결합을 통해 제조업의 서비스화나 이종업종간 결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및 제품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해 보이는 중후장대 산업도 3∼4년 이내에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적용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주목하는 기술은 ‘빅데이터’
무역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빅데이터였다. 전체 응답기업 중 33.9%가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로 빅데이터를 가장 주목했다. 인공지능(22.6%)과 지능형 로봇(19.8%)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유의한 격차는 없어,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기술적 변화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일치했다.
무역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신제품 출시 및 신비즈니스 모델 개발(25.0%),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도입(20.1%)을 가장 많이 추진 또는 계획하고 있다. 신기술 R&D 투자(12.1%)와 전문인력 확보(7.0%) 등 중장기적인 과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정보제공 및 직원교육 기회 마련(44.8%) ▲R&D 자금 및 세제 지원(30.9%) ▲전문인력 수급여건 개선(13.4%) ▲규제 완화(10.8%) 등이 꼽혔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담인력(팀) 지정을 통해 경영환경 변화와 관련 기술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건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보 모니터링과 인재 육성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개발(융합과 도입 포함)과 관련업체 인수합병 등 전략적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