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 반도체 체인에서 SK하이닉스만 득을 보고 있다. 후방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SK로 적을 옮긴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딱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방의 SK하이닉스와 내부거래가 커진 가운데 수익성은 되레 하락, 저가납품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SK머티리얼즈의 내부거래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35.3%에서 올 상반기 42.1%로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게서 벌어들인 매출이 같은 기간 167억원에서 236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덕분에 전체 매출도 2138억원에서 2405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32억원에서 709억원으로 감소, 영업이익률도 34.2%에서 29.5%로 떨어졌다. 이 기간 매출채권이 5.1% 늘어난 점을 보면, 거래처와의 협상력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채권은 거래처에 외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때 발생한다. 해당 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도 74.6%나 급감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손에 쥔 현금은 적었다. 물품대금 결제기간 연장 등 거래처 편의를 봐 준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 설명이다.
SK머티리얼즈의 매출에서 반도체 소재 비중은 80%를 넘는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 삼불화질소(NF3)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SK로 인수 당시만 해도 주요 판매처인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수익성이 역행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후방업체의 이익 감소에도 전방업체의 이익이 커지는 것은 단가 후려치기 등 전방업체가 절대적 협상 우위에 있을 때 가능하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2.5%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이익률(43.1%)과 비등했다. D램 2위, 낸드플래시 5위인 SK하이닉스가 각 분야 1위인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데는 수직계열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집단 내 수직계열화는 내부거래를 통한 회사기회 유용과 비효율적 비용 발생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SK머티리얼즈는 올 초 37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전년보다 38.5% 늘었다. 배당성향은 40%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17.81%와 대조를 보인다. 지배기업인 SK가 배당금을 수령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23.4%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다.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7.46%의 지분을 들고 있다. 배당 씀씀이가 커도 성장을 위한 투자엔 소극적이다. 상반기 투자활동에 지출한 현금은 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328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SK는 지난달 SK실트론까지 인수 완료해 수직계열 구조를 공고화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도 마무리 단계로, 이들 연결고리의 내부거래가 심화될 수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 현황에서는 SK가 27개 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 1위(23.3%), 내부거래 금액 2위(29조4000억원)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