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가 울상을 짖고 있다. 내년 국내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해외 프로젝트 수주까지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욱 침울해하는 분위기다.
내년 SOC 예산까지 축소될 경우 고사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반면, 정부는 건설업계가 낡은 전통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홈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면서 건설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사회간접자본 예산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현대경제연구원
지난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취임 100일만에 건설업계 대표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의 최대 화두는 내년 정부의 SOC 예산 축소였다.
김 장관은 “건설산업이 낡은 이미지를 벗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신성장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정부도 스마트 건설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융복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기존 낡은 건설산업 이미지를 벗고 IT를 결합한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부의 SOC 예산 축소에 대해 반발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17조7000억원으로 수립했다. 이는 올해 22조1000억원과 비교해 약 20% 감소한 규모다.
지난 2015년 26조1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7조7000억원으로 4년간 SOC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건설 수주액 역시 2015년 158조원, 2016년 146조900억원, 2017년 127조원(예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건설업계는 자칫 일감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특히 1만1200곳의 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도 감소하고 있다. 2005년 5.9%에서 2010년 5.0%, 2015년 0.6%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건설업계의 불만을 인식한 듯 한발 양보하는 눈치다. 김 장관이 “내년도 예산 감소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예산이 4조4000억원 줄었지만, 이월금 2조5000억원을 활용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건설업계도 김 장관의 열린 시각에 화답하는 듯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불도저식 정책추진에 거부감도 있었지만, 간담회에서 관료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친화적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지난 3년간 정부의 SOC 예산 축소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SOC 사업 비중이 높은 영세한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중소 건설사는 정부의 SOC 예산 축소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