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후검증 부실, 4000명 세금폭탄 떠안아"

세무사 부실기장, 많게는 수억원 부과…심재철 "사후검증 시스템 정비해야"

입력 : 2017-09-28 오후 3:36:5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국세청이 '비리 세무사'가 대리해 제출한 자료를 부실하게 검증한 결과 4000명 이상의 사업자가 뒤늦게 세금 폭탄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28일 이같이 밝히고 “국세청의 허술한 일처리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세무사 부실기장에 대한 사후검증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세무사 A씨는 지난 2011~2015년 사업자들이 준 자료와는 달리 임의로 장부에 기재해 세무서에 제출할 종합소득세 자료를 만들었다. 특정 항목의 금액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복리후생비, 여비교통비, 광고선전비, 차량유지비, 지급수수료, 소모품비, 기타 등 여러 항목에 분산시켜 공제를 받는 방식으로 당기순손익을 낮춰 신고를 대신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심 의원실에서 세무사 A씨가 수임해 세무서에 제출한 500여장의 표준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A씨가 기장대리한 신고서에는 국내접대비가 대부분 1196만원, 기부금 항목은 0원로 기재돼 있었다.
 
심 의원은 A씨가 다수의 사업자들에게서 의뢰받은 신고서를 이같이 처리한 이유를 “국세청의 일처리 방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상대적으로 소액 환급금액 또는 소액 납세부분에 대해 사후검증을 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 이를 통해 납세자들은 세무서와 마찰 없이 일정 금액을 환급받거나 적은 금액의 종합소득세만 내면 됐다.
 
서류상 수치를 그대로 인정한 국세청은 과세 처분을 내렸고 A씨에게 대리 기장을 맡긴 4324명은 '절세' 혜택을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본인 및 5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고 심 의원은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다른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이 프리랜서 학원 강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던 지난해 A씨의 개인탈루와 지금껏 작성한 신고서의 오류를 찾아내면서다. 국세청은 이를 통해 A씨에게 기장을 의뢰했던 프리랜서 4324명에게 종합소득세·가산세를 포함해 1인당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납세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국세청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간의 문제로, 과세당국이 가산세 감면을 해줄 근거는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국세청이 허위 기장 세무사에 대한 감독을 잘 했으면 이런 비리로 인한 세금폭탄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국세청으로부터 1차 조사를 받았고 2015년 5월 세무사법 제12조 성실의무 위반으로 6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세청이 A씨가 대리 작성한 신고서에 대해 사후검증을 했더라면 피해자 양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심 의원의 주장이다.
 
일각에선 세금은 납세자 본인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기더라도 관리감독 책임은 본인이 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무대리인 제도는 납세자의 편의와 도움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모든 오납부나 탈세 책임을 세무대리인이나 과세당국에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수 년간 세금을 덜 내거나 과다환급을 받는 것은 부당이익이며 이를 환수하고 가산금을 물리는 것은 법에 명시돼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국세청 건물에서 직원들이 청사밖으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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