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8.2부동산 대책에도 '강남불패'라는 단어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집값 상승은 오히려 날개를 단 격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8%로 크게 상승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붙을 기세다. 일각에선 강남 재건축이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는 사업비만 8조원에 이르고, 공사비는 2조6411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반포주공1단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모두 이 같은 분위기로 흘러갔거나, 흘러가고 있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1년간 집값 상승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실제로 강남 재건축 대표 단지들의 집값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잠실주공1단지는 지난 1년간 상위 평균시세(전용면적 84.62㎡ 기준)가 26억원에서 27억5000만원으로 5.77% 치솟았고, 잠실주공5단지는 상위 평균시세(전용면적 76.49㎡)가 14억1000만원에서 15억9000만원으로 12.76%가 뛰었다.
눈에 띄는 건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달 초 ‘50층 재건축’이 사실상 허용되면서 한달 사이 7500만원 가량이 뛰었다. 반포주공1단지에 이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또 압구정 현대의 경우 상위 평균시세(전용면적 129.92㎡)는 21억5000만원에서 26억원으로 무려 26.19% 올랐고, 개포주공1단지는 상위 평균시세(전용면적 61.57㎡) 15억원에서 16억7000만원으로 11.33% 뛰었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1년간 집값 평균 상승률은 14.01%를 기록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8.2부동산 대책 이후 위축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강남 재건축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남 재건축은 9월 들어 반등하면서 지난주 0.18% 증가했고, 서울 아파트 0.11%, 신도시 및 수도권 각각 0.04%, 0.03% 오르는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서울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이 인근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전세난이 심화되고, 실수요 중심의 중소형의 집값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걸면 일반 분양자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재건축 집값이 상승하면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건축 사업 시기를 조절할 경우 전세난을 잡을 수 있지만, 분양가 안정화에는 효과가 없다”면서 “전반적으로 집값 하향 안정화를 위해 분양가를 컨트롤하는 동시에 임대주택 등 다양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