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최성 고양시장이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최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직권남용·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소는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의 '야권 지자체장 사찰 및 제압에 관한 문건'을 근거로 했다. 이에 따라 피고소인에는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간부 등의 지시에 따라 고양시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최 시장에 대한 정치사찰과 탄압을 일선에서 주도 또는 협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문건과 관련된 실무자도 포함됐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문건 중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 "일부 야권 지자체장들이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고,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대정부 비난 여론과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 이에 당·정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견제·차단해야 한다"고 기술됐다.
최 시장은 고소장 제출 후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히 문건의 제압 방법 그대로 고양시와 저에 대한 정치·행정·재정적 압박이 총체적으로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먼저 당시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이 허위사실로 의혹을 제기하면 우호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며 "이 기사를 정치인들이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와 대형 현수막 시위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고양시의원은 지방의회를 통해 단체장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지역 내 비판여론 조성을 통해 단체장의 행보를 저지했다"며 "또 감사원은 석연치 않은 감사로 비리 누명을 씌워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고, 행정자치부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지방교부금을 감액키로 결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최 시장은 "사찰 문건에 제시된 내용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소장에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공작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최 시장은 "피고소인들은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악성 댓글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또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계획했던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31명의 피해 지자체장에게 진상 규명과 공동대응을 위해 공동대책위원회 설립, 지자체별 피해 사례 파악, 민주당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검찰의 철저한 조사 촉구와 필요 시 특검 도입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문을 발송했다. 최 시장은 "국가에 의한 지자체 탄압은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므로 지자체장 사찰과 정치공작이 밝혀지는 대로 추가로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최성 고양시장(가운데)이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양시청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