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B2B(기업간 거래)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호실적이 뚜렷하다. 경쟁 심화에 사드 문제까지 겹친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업종의 부진과 대조된다. 여기엔 선진·신흥시장 경기 회복과 더불어 B2C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 경쟁력이 한몫했다. 고부가가치 부품소재가 실적을 견인하는 공신이다.
전방업체들의 원가 부담에도 반도체 가격인상은 멈출 줄 모른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메가 트렌드에 대응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들은 싫어도 비싼 칩을 사야 한다. 규모의 경제, 초격차 기술 등 승자의 법칙이 존재하는 B2B의 힘이다. 치킨게임에 노출되기 쉬운 B2C와 비교된다. 삼성, SK 등 제조사들의 철벽에, 후발주자로 인한 공급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영업이익 14조5000억원). 오점은 B2C 영역인 소비자가전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원가 상승,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LG전자 3분기 실적(영업이익 5161억원)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데도 B2C인 모바일 부진이 컸다. 손꼽히는 손실 요인은 마케팅비로, 치열한 경쟁 상황을 입증한다.
경쟁 심화에 사드 악재까지 겹친 현대차도 3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와 달리 현대차는 제조업임에도 B2C의 특성상 사드 문제로 인한 불매운동에 노출됐다. 중국공장의 지분법 손실이 지속되는 한편, 미국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해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방업체들이 경쟁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판매처가 많은 부품소재 업체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LG화학은 3분기 실적 개선 폭이 클 전망이다. 가전과 자동차 등의 생산 확대로 관련 부품소재 가격이 오르고 판매가 늘어났다.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체의 실적 역시 기대치가 높다. 철강업체들도 미국의 관세 이슈에도 3분기 성적표를 대기하는 마음이 가볍다. 중국발 과잉공급이 환경 규제와 당국의 구조조정 벽에 가로막혀 한시름 놓게 됐다. 포스코는 철강 시황 회복으로 3분기 영업익 1조원대 복귀가 유력하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저점을 지나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전방업체보다는 경쟁이 덜한 후방업체들에 수혜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실적이 견조한 현상도 두드러진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성수기에 대비해 OLED 패널 재고물량을 대거 확보했다”며 “사드 반감이 있어도 핵심소재는 우리나라에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