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김광연 기자] 국가정보원 의혹과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이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냐고 묻자 "제외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수사가 정치 보복이냐는 물음에는 "드러난 혐의에 관한 수사"라고 일축했다.
노 의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청와대 수시로 보고했고, 한 보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불법 선거운동 공범으로 보는데 장관 견해는 어떤가"라고 질문했고, 박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가 발견된다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노 의원이 "언론에 드러난 혐의를 보더라도 국정원법 위반, 선거법 위반 등 최소 개"라며 "최소 6년에 무기징역도 가능하다"고 말하자 박 장관은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이 그에 따라 구형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날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박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박주민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세월호 보고에 관한 조작 의혹이 있고, 당일 밝혀지지 않은 사유로 보고를 못 받거나 지시를 못 한 것에 대한 부분은 검찰에서 조사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고, 역사적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간 연장과 관련해 발언한 것에 대해 여러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 "이제 정치적 보복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법치를 부정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파면된 대통령다운 발언", 백혜련 의원은 "삼권 분립에 대한 도전", 금태섭 의원은 "헌법 질서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어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장관도 이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국민의 분열 치유해야 할 장관이 왜 그렇게 답을 하냐"며 다그쳤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구속 기간 내 재판도 못 끝내고, 꼼수로 연장했는데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면서 "그 정도도 넘겨줄 수 없는 사회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상규 의원도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국감에서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다 받았는데, 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옹호했다.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법무부가 발표한 자체 방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노 의원은 "법무실장이 민간인이면 수사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군 장성도 현직은 왜 수사를 못 하나"라고 질의했다. 박 장관은 "국회에서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검찰 축소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질문에는 "의원안보다 적지 않고, 3개 팀 구성을 전제로 했다"며 "최종안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김광연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