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분식회계 의혹으로 1주일간 거래가 정지됐던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주식 거래 재개 첫날 급등했다. 다만 올해 수주 실적이 당초 전망치에 못 미치는 등 실적 회복이 더딘 만큼 예전의 주가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AI는 직전 거래일(11일)보다 7700원(16.14%) 오른 5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이 KAI를 압수수색한 이후 주가는 3만5750원까지 밀렸지만, 이날 급등으로 8월2일 이후 50여일 만에 5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는 KAI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납품비리 등 방산비리 혐의로 KAI를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추가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지난 11일에는 거래소가 KAI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거래 정지를 결정하면서 KAI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15거래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심의가 1주일 만에 마무리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11일 검찰이 하성용 전 KAI 회장과 임원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국면이다. 유진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KAI 거래재개 결정이 나온 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동시에 상향조정했고, 다른 증권사들 역시 잇따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검찰 조사가 거의 종료되면서 추가 혐의 발견 가능성이 낮아졌고,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다 해도 대표이사 횡령(201억원)과 분식회계(당기순이익 465억원 과대계상) 금액은 회사 규모 대비 큰 금액이 아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도 검찰이 판단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산비리와 회계부정 등 기업의 존립을 흔들었던 이슈는 일단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본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리온 양산 결정도 미뤄지면서 당분간 실적은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최대 사업인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 결과에 따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재원 연구원은 "작년 연말부터 연초까지 국정공백 상태에서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수리온 헬기 양산도 결정되지 못하면서 3분기 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에 기록한 최고가(10만6500원) 대비 급락을 감안할 때 남은 이슈는 미국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으로, 기대감을 가져볼 만한 시기인 만큼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부정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거래 재개 첫날 급등했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뒤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자 불확실성 해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