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정치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법원이 20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추 전 국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전체 범죄 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익전략실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함께 반값 등록금 주장 야권 정치인 비판,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의 방송 하차 또는 세무조사 요구, 배우 문성근씨 비난 공작 등의 기획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 전 국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국익정보국장으로서 정부 비판 성향 문화·예술계 관계자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 전 국장을 지난 16일 오전부터 피의자로 조사하던 중 17일 오전 2시10분쯤 긴급체포했다. 이후 18일 추 전 국장과 신 전 실장,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전 국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 전 실장 등 2명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강부영 판사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국정원은 추 전 국장에 대해 18일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16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우리은행장,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등 추 전 국장의 민간인·공무원 사찰 지시 등에 대해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수상 취소 청원과 관련한 적폐청산 TF의 조사 결과를 검찰 수사 자료로 지원하도록 권고했다.
법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지시로 관제 데모를 개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추 전 총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현충원 묘지 훼손 퍼포먼스 등 정치 공작을 돕는 극렬한 폭력 시위를 반복하고, 그 시위로 대기업을 협박해 금원을 갈취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피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함은 물론 압수수색 시 사무실을 닫아건 채 자료를 숨기고, 주민등록지가 아닌 모처에 거주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현저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추 전 총장은 지난 2009년부터 국정원과 공모해 어버이연합 회원을 동원한 관제 데모로 정치관여 행위를 하고, 이 과정에서 문성근씨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또 2013년 8월 한 대기업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이를 계속 진행할 것처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17일 추 전 총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명예훼손·공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정치 공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