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등산 후 무릎통증 주의

체중 3∼5배 하중 발생…인대 등 부상 흔해

입력 : 2017-10-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 회사원 백모(남·49)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오대산 단풍놀이를 다녀온 후부터 무릎에 통증을 경험했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 나타나는 단순 근육통으로 여겼으나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회사에서 일어나고 앉을 때 다리가 풀리기도 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백 씨는 갑작스러운 산행으로 무릎 관절에 충격이 가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에 오를 경우 신체 여러 곳에 충격이 가해지게 마련이다. 평소 운동량이 적거나 등산을 가장 즐겨 하는 40~50대 중년층은 하산 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와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에 부상을 입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산 시에는 장시간 하중을 견뎌야 하고 내리막길에서 힘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관절에 충격이 집중된다.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체중의 3~6배 정도지만 등산을 할 때는 7~10배의 충격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40~60대 중년층의 경우 근육량이 감소한 탓에 무릎에 실리는 무게가 더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하산 시에는 무릎 통증이 빈번하게 나타나게 된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이 반월상 연골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반월상 연골은 무릎 관절의 안팎에 있는 물렁뼈인 C자형 모양의 섬유 연골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 무릎 관절을 보호한다. 하산 중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착지를 하는 경우 관절이 급하게 뒤틀리게 돼 반월상 연골 관절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만일 등산 후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산에서 내려갈 때 '두둑'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발생해 갑자기 주저앉은 경험이 있다면 단순 등산 후유증이 아닌 무릎 연골 손상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갑자기 무릎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무릎 잠김 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성섭 메디힐병원 관절척추센터 원장은 "등산 중 발생한 무릎 부상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연골 손상 범위가 점점 커져 퇴행성 관절염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며 "하산 시에는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줄 수 있도록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무릎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압박붕대나 부목, 소염제 등을 이용해 상태가 심해지지 않도록 보존한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전문의를 찾아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등산 후 허리와 골반 부근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를 의심하지만 척추후관절증후군은 허리디스크와 발생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디스크 치료를 받아도 특별한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디스크 치료 후에도 허리에 통증이 지속되거나 골반이 쑤시는 듯한 아픈 느낌이 들고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잠자리에 누워 몸을 옆으로 돌릴 때 통증을 느낀다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디스크 질환은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요통이 발생하는 반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은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요통과 다리 쪽으로 퍼지는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 부근에 나타나는 정확한 통증의 원인을 알아보지 않은 채 무작정 디스크 치료를 받게 되면 오히려 척추후관절증후군이 만성화돼 디스크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허리에 통증이 나타나면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만약 2주가량이 지나도 허리와 골반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산행 중 부상은 하산 시에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리막길에서는 평지보다 절반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걷고, 걸을 때는 보폭을 크게 하거나 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행 시 무릎 보호대와 실리콘이나 폴리우레탄 재질의 깔창을 착용하면 무릎 관절을 잡아주고 발목과 무릎에 오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등산용 지팡이인 스틱을 사용하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며 하중의 30% 정도를 팔로 분산시켜 척추와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이 줄어든다. 산에 오를 때는 스틱을 짧게 잡고 하산할 땐 길게 조정해서 쓰는 것이 좋다. 만약 스틱이 없다면 주변 자연물에 몸을 의지해 체중을 분산하기보다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스틱 대용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험한 산이 아니더라도 몸에 가해지는 하중 분산을 위해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하며, 너무 조이거나 큰 것은 피해야 한다.
 
정성섭 원장은 "평소 관절 질환이 있거나 오랜만에 등산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산행코스와 난이도를 파악하고 일몰 1~2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치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반드시 몸에 열이 날 정도로 준비운동을 해서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히고 배낭 무게는 본인 체중의 10% 이하인 것으로 선택해 하산 시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을철 등산 후 무릎 및 척추 관절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평소 운동량이 적은 40~50대 중년층은 하산 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와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에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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