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조두순·유영철·강호순 등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은 살인범도 일반 수용자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중 현재 경북북부제1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두순은 오는 2020년 12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현행 치료감호법 제2조는 심신장애가 있는 자, 마약·알코올에 중독된 자,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를 치료감호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이코패스 등 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자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 등은 치료감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검찰·경찰이 위촉해 정신을 감정하는 교정 시설로는 충남 공주시에 있는 국립법무병원과 경남 창녕군에 있는 국립부곡병원 내 부곡법무병원 등 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2005년 8월 부곡법무병원 개설 전 유일한 치료감호소였던 국립법무병원에 대해서는 과밀 수용이란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병실 중 93.8%가 7인~8인실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47.6%임을 고려할 때 과밀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수용정원이 1100명인 국립법무병원의 1인실은 68명(6.2%)에 불과하지만, 7인실은 168명(15.3%), 8인실은 864명(78.5%)이다.
정부는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고위험 수형자에 대한 과학적 선별 심사, 수형 생활 주기별 집중관리와 전문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시행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일부개정령안에 따라 서울지방교정청에 분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2010년 6월 시행된 DNA법은 방화·실화, 살인, 약취·유인, 강간·추행, 성폭력, 마약,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총 11가지 범죄에 대해 구속된 피의자 또는 유죄가 확정된 수형인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과 경찰은 총 27만9000건 상당의 범죄자 DNA를 확보해 미제 사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발생한 이후 17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노원구 부녀자 강간살인 사건도 동종 범죄 전과자에 대해 확보했던 DNA를 활용해 해결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새 정부 의지에도 힘 얻는 사형제도 집행론
최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사건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간한 '2015년 국민법의식조사연구'를 보면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5.2%, '찬성한다'는 의견이 23.2%로 나타나는 등 아직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이 더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올해로 20년째 집행 건수가 없어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완전히 사형제도를 폐지한 상태며,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했다.
앰네스티는 "사형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나중에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인간이 만들고 집행하는 법과 제도 속에서 행해지는 판결은 무수한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앰네스티가 질의한 사형제도에 대해 "집행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 질의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만이 5명 중 홀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살릴 셰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7월 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가까운 장래에 사형의 법적 폐지를 이행하기 위한 조처를 해주기를 고대한다"며 공개서한을 보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는 있지만, 집행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이라며 "그런 점을 저는 중시한다"고 말했다. 또 "사형제도가 가지는 인권침해 성격이 있어 범죄에 대한 효과와 별개로 폐지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점진적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996년 살인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A씨가 청구한 형법 41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후 헌재는 2010년 광주고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기질 대한 이해와 가정·학교·사회 관심 필요
경찰 조사 결과 이영학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신체장애를 인식했고, 신체장애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것이 알려졌다. 그의 딸도 마찬가지로 불우한 가정환경인 것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이주현 경사는 13일 브리핑에서 "성장 배경을 보면 아버지로부터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경제적으로 아버지가 책임져 와서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라는 맹목적 믿음이 고착됐다"며 "질병 콤플렉스와 잦은 수술로 인한 결석으로 학교생활과 깊은 유대가 없었고, 아버지 계획에 따라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가치 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형사정책적 접근'이란 논문에서 사이코패스 예방을 위해 이 기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가정·학교의 교육적 측면과 사회·문화적 환경 측면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범죄 예방과 교육 목적 차원에서 진단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을 취학 연령의 아동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사이코패스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인정되고, 더욱이 어린 나이일수록 유리한 측면이 제기되므로 가급적 어린 나이에 사이코패시 기질을 발견해야 치료·개선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쇄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가 아니더라도 화이트칼라 범죄, 사기 등 금융범죄로 살인보다 더한 고통을 다수의 피해자에게 주고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다른 차원의 사이코패스도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조기 검진으로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고, 적합한 치료와 처우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을 위한 극단적인 경쟁심과 이기심, 경쟁에서의 승리를 부추기고 칭송하는 문화와 배금주의는 사이코패스를 양성하는 토양이 된다는 점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대 종단을 이끄는 각 대표자들이 지난 2015년 10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원 과반수가 발의한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을 19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