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비정규직으로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9~10년을 살아도 한국말이 안 늘어 아이 가정통신문을 못 읽어요.”, “처음 한국 왔을 때 도와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남편도 잘 모르니 남편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베트남에서 결혼 등으로 한국에 건너온 이주 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베트남 출신 외국인주민 100여명과 첫 서울타운미팅을 열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응웬 부 뚜(NGUYEN Vu Tu) 주한 베트남 대사,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해 베트남 주민들의 실질적인 관심사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 거주 베트남 주민은 약 1만5000명으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올해는 한국-베트남 수교 체결 25주년이 되는 해로, 서울시는 자매도시인 하노이시에 이어 호치민시와도 우호도시 관계를 맺는 등 베트남 주요 도시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에 온 지 18년째로 서울 영등포에서 남편과 아들 2명과 살고 있는 이옥빈(한국이름) 씨는 “차별을 없앴다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아이와 가족들은 더 힘들다”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데 엄마들이 비정규직 직원으로 하루 몇 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주리씨는 “현재 3년 이내까지만 한국어 교습이 주어지는데 이러한 이민자 교육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며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언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3년 이후라도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9년 된 박은애 씨는 “다문화가정인 우리집에서 엄마 아빠 다 바쁘고 도우미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애들 집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불쌍하다”며 “남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교육받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거주하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역사로 활동 중인 한 여성은 “다문화가정은 예비학부모나 초등학부모가 많은데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맞벌이를 하니 한국어가 늘지 않아 9~10년 돼도 한국말 초급 수준이다”며 “가정통신문을 못 읽고 학부모 면담에도 소통이 안 되며, 아이가 왕따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연을 들으니 여전히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교육청 등과 힘을 합쳐 교재를 발굴하고 이해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며 “먼저 온 사람들이 멘토로 나서거나 남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신경써서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원순서울시장이 29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베트남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