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1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오후 12시30분쯤부터 김 전 이사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전 김 전 이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이사장은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으로 관여하는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방문진 이사 일부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백종문 MBC 부사장과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백 부사장 등은 지난 2011년 국정원 관계자, MBC 일부 임원과 결탁해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 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MBC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부사장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 문건대로 인사를 지시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국정원 문건에 관해서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며 "문화방송에서는 그 어떤 외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52분쯤 검찰에 나온 이 전 본부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30일 국정원 담당 직원과 김재철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현 MBC C&I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의 주거지, 현재 사무실과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본인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참여한 김 전 사장은 "부당 인사를 한 적은 없다"면서 "국정원 직원 관계자가 서류를 줬다고 하는데, 그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사장도 정식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14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박원순 서울시장과 좌파 등록금 문건 사건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 2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공영방송 장악 문건 관련 자료를 포함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그해 6월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는 등 2011년 8월까지 방송 담당 수집관 활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PD 수첩' 등을 담당했던 이우환 PD와 최승호 전 PD, 정재홍 작가, 김환균 PD 등을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최 전 PD는 지난달 26일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PD 수첩'을 진행하다가 해고되는 과정에 단순히 김재철 같은 경영진 뜻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며 "MB 국정원은 국민의 정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개인 정보 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영방송장악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종문 MBC 부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