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김재철 전 MBC 사장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2011년 국정원 관계자, MBC 일부 임원과 결탁해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담당 직원과 김 전 사장 등 당시 임원진 3명의 주거지, 현재 사무실과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 등은 당시 'PD 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MBC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MBC 경영진 교체 경위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하게 됐다"며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조만간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14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박원순 서울시장과 좌파 등록금 문건 사건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 2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공영방송 장악 문건 관련 자료를 포함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그해 6월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는 등 2011년 8월까지 방송 담당 수집관 활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PD 수첩' 등을 담당했던 이우환 PD와 최승호 전 PD, 정재홍 작가, 김환균 PD 등을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최 전 PD는 지난달 26일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PD 수첩'을 진행하다가 해고되는 과정에 단순히 김재철 같은 경영진 뜻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며 "MB 국정원은 국민의 정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개인 정보 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20일 김장겸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현 MBC C&I 사장),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현 MBC NET 사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업무방해·방송법 위반·노동관계법 위반(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김연국 위원장과 장준성 교섭쟁의국장, 법률 대리인 신인수 변호사 등이 24일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MBC본부는 고소장에서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은 국정원과 공모해 비판적인 기자·PD 등 언론인을 강제로 퇴출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며 "노사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해 무차별 부당 징계와 부당 전보 발령, 불이익을 가하는 등 노동조합 무력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현 대전MBC 사장)과 이우용 전 라디오본부장 등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5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등 관계자들이 '김재철 체제 연장 시도 및 MBC 정상화 역행 방문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