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배당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총 29조원의 배당이 주주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자사주 추가 정책은 빠져, 배당으로 주주환원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지나치게 치솟은 삼성전자 주가가 향후 금산분리 이슈로 번질 것을 우려해 더 이상의 주가 부양이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2018~2020년 주주환원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배당을 대폭 확대하고 ▲잉여현금흐름 계산시 M&A 금액을 차감하지 않으며 ▲잉여현금흐름의 50% 환원 방침을 유지하되,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해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사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세금·영업비용·설비투자액 등을 뺀 값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의 재원이 된다.
특히 이번 정책은 '배당'에 중심을 뒀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올해부터 배당 규모를 늘린다. 올해 배당 규모는 지난해(4조원)보다 20% 증가한 4조8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배당 규모를 올해보다 두 배에 달하는 9조6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이 수준을 2020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배당 규모는 약 29조원에 이른다.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는 기준은 기존 정책과 동일하지만, 잉여현금흐름 산출 방식의 변경으로 기존 대비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된다. 때문에 주주환원 비율이 상향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잉여현금흐름의 50% 환원을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해 적용키로 했다. 매년 잉여현금흐름의 변동 수준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급격히 변동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배당'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예상됐던 '자사주 추가 매입 및 소각 계획'은 이번엔 빠졌다. 삼성전자는 배당 집행 후 재원이 남으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실적설명회를 주관한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은 "주가가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 주주환원정책의 중심을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는 배당에 두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 판단했다"며 "배당 집행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호실적과 더불어 자사주 정책에 따라 치솟은 주가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자사주 전량 소각이 이뤄지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10%를 넘게 된다. 그럴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10% 초과분은 팔아야 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지배주주가 삼성생명이 판 삼성전자 지분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데 어려움도 뒤따른다. 이 부회장 지분이 1% 미만(0.64%)임을 고려할 때 경영권 위협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향후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보험업법 개정안, 순환출자 해소 이슈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올해 4번째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이번 4회차 자사주 매입은 11월1일부터 시작해 3개월 내 완료될 예정으로, 보통주 71만2000주, 우선주 17만8000주에 이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올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현재 3회차까지 매입 및 소각을 완료했다. 이번 4회차로 2017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완료된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