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10대그룹 배당이 매년 급증세다. 최근 5년간 배당총액은 두 배가량 늘었다. 3·4세의 승계 자금 마련과 투자 기회가 마땅치 않은 저성장 구조, 주주환원을 유도하는 정책수단 등이 결합하면서 앞으로도 배당확대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그룹 소속 상장사들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중간 배당금과 기말 결산배당금 합계)을 집계한 결과, 2012년 6조7418억원에서 2013년 7조3744억원, 2014년 9조30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10조7515억원), 지난해 12조220억원에 이르렀다.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총 지급액은 45조9206억원이었다.
배당은 유보금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실적이 좋아 이익잉여금이 풍족해지면 지급 여력도 커진다. 삼성은 5년간 10대그룹 중 가장 많은 18조5710억원을 지급했으며,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1조9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집행했다. 올해 10대그룹 전체 배당금 규모도 1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다음으로 현대차(8조4771억원), SK(7조1801억원), LG(4조4405억원), 포스코(3조539억원), 한화(1조1301억원), GS(1조1201억원), 롯데(7954억원), 농협(3807억원) 등의 순으로, 자산 순위와 배당금 규모가 대체로 비슷했다. 실적 부진으로 2014년 이후 배당을 하지 못한 현대중공업의 배당액 규모가 가장 작았다.
재계는 3·4세 승계 시점이 도래해 상속세 등 필요자금을 배당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며 총수일가의 수익창구가 줄어든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으로 지분상속 가능성이 제기된 삼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졌고, 동시에 배당도 늘려 왔다.
학계에서는 성숙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이 내부에 축적된 현금의 투자기회를 놓치면서 배당 확대로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과 국내 기간산업의 사양화 등을 고려한 설명이다. 실제 기업지배구조원이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상장기업 현금배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장가치 대 장부가치 비율, 유형자산 취득 금액 등 투자기회가 적은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한 경향이 뚜렷했다.
기업들이 유보금을 많이 쓰면 세제를 감면해주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다만,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창출보다 배당에만 집중하면서 혜택은 올 연말 폐지된다. 이에 따라 배당 의욕이 감소할 수 있지만, 다른 정책적 뒷받침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관투자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수탁자 책임 정책에 입각해 주주환원 정책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