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최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많이 보입니다. 화장품이나 커피를 구매할 때도 본품보다는 사은품이 뭐냐에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죠. 그런 최근의 모습을 저는 ‘왝 더 독(WAG THE DOGS)’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해 봤습니다.”
매해 연말마다 다음해의 소비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해 발표하는 책 ‘트렌드코리아 2018(미래의창)’이 나왔다. 대표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출간간담회에서 ‘왝 더 독’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내년 한국 사회를 관통할 주요 소비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짚었다.
‘왝 더 독’의 사전적 의미는 ‘주객전도’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우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김 교수는 1인 방송이 주류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뉴스보다, 푸드트럭이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인디레이블이 대형 기획사보다 인기를 끄는 최근 소비 흐름들이 모두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왝 더 독’을 구성하는 10개의 알파벳은 하나 하나가 내년도에 펼쳐질 소비 전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이자 첫글자인 ‘워라밸’은 일과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사회 초년생이 강력한 인플루언서가 될 것이라 내다본 단어다.
이 외에도 거창하지 않은 소비에서 만족의 심리를 느끼는 ‘소확행’, 수면이나 휴식 사업이 뜨는 최근의 흐름을 짚은 ‘나만의 커렌시아’, 자신의 사회·정치적 이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 아웃’ 등 총 9가지가 내년 소비 흐름을 좌우할 키워드로 함께 제시됐다.
김 교수는 모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단어는 ‘자존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너는 귀하다, 잘났다’고 교육받은 세대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 직장인 세대(워라벨 세대, 1988~1992년)”라며 “이들의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비가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책으로 나온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김 교수는 “처음 (책을) 냈을 때 장기적으로 작업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고 소회했다.
그는 “책에서 나오는 키워드를 굳이 예측이 맞냐, 아니냐로 보기보단 실질적인 체크리스트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갈 때마다 작은 회사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 혹은 학생들이 큰 도움을 얻는다고 할 때 집필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래의창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