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로비를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의 세대교체가 속도를 더한다. 60대 사장단이 대부분 물갈이되면서 후속 임원인사에서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삼성의 입’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60)이 사의를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그가 옷을 벗으면서, 60대 임원진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5일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내부적으로 불안해하는 심리가 있다”고 전했다. 자의든 타의든 60대 이상 임원은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당초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된 와중에서도 이 사장만은 예외로 점쳐졌다. 이 부회장의 신임이 두텁고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대외 홍보에 안정을 취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MBC 출신인 이 사장은 2005년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로 입사해 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을 거치며 12년간 삼성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이 부회장과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권오현 회장에 이어 신종균·윤부근 부회장이 일선에서 퇴진한 여파는 이 사장에게까지 미쳤다. 각 사업부문장이었던 세 사람은 '회장', '부회장'의 직함을 달았지만 예우 차원일 뿐,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야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후속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해 이 사장의 후임도 내세울 예정이다. 세대교체가 인사 핵심기조로 드러나면서, 60대 임원들 사이에서는 "때가 왔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이 사장이 자진 사퇴로 이 부회장 인사 방침에 힘을 실으면서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어졌다.
지난 2일 인사에서 예우로 회장단에 오른 권 회장 등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사장급 이하 60대 임원은 15명이다. 사장 7명, 부사장 3명, 전무 1명, 연구·전문위원 4명 등이다. 이들 중 일선에 있는 임원의 퇴진 또는 자리 이동이 예측된다. 종합기술원 회장과 CR(Corporate Relations) 및 인재개발 부문 담당으로 이동한 권 회장 등의 사례로 경영 이선의 영역도 넓어졌다. 이 사장도 향후 그룹 사회공헌 부문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60대 사장단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60),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6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63),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61),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62),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61),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61)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60) 등이 60대다. 이들 계열사도 조만간 순차적으로 인사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삼성은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후 계열사 인사를 개별적으로 실시해 왔다.
한편, 삼성의 세대교체 기조가 연말 재계 다른 그룹들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사상 최대 실적 행보에도 경영진을 대거 교체해 합리적 원칙이 배제됐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은 세대교체와 성과주의 인사를 표방했으나, 각각이 서로 모순됐다는 지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