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해 김재철 전 MBC 사장이 6일 검찰에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1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제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될 수 없고, 장악할 수도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구성원 대량 징계와 해고 보도 통제, 파업 중 대체 인력 채용 등에 국정원의 지시나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국정원 사람을 왜 만나겠나"라면서 "본부장, 임원, 국장하고 의논하는 것이지, '기사 빼라, 바꿔라', '프로그램 없애라'고 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문건은 받은 적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김우룡 전 이사장이 문건을 받았다고 하니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국정원 관계자, MBC 일부 임원과 결탁해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 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MBC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김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현 MBC C&I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의 주거지, 현재 사무실과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일 본인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참여했을 때도 김 전 사장은 "부당 인사를 한 적은 없다"면서 "국정원 직원 관계자가 서류를 줬다고 하는데,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검찰은 그달 31일 김 전 사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백 부사장과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을 조사했고,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으로 관여하는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조사했다.
국정원은 지난 9월14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박원순 서울시장과 좌파 등록금 문건 사건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 2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공영방송 장악 문건 관련 자료를 포함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그해 6월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는 등 2011년 8월까지 방송 담당 수집관 활동을 벌였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결탁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위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