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외교' 깃발 든 한국, '평화체제 구축' 실마리 찾을까

복잡한 구도속 '주도권' 확보 시도…"북측, 대화 염두 두고 정세관망"

입력 : 2017-11-06 오후 5:47:0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6일부터 1주일 간 동북아를 둘러싼 주요국 정상 간 연쇄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운전자론’ 등 그간 구호 수준에 머물렀던 균형외교 방안이 힘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지난 9월15일 중장거리미사일(IRBM) '화성-12' 발사 후 52일째 추가적인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으며 정세를 관망 중이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사는 자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6일 “북미·북중관계 악화와 북한의 고립 심화로 문재인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북핵문제 해법마련에 성공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관망한 후 어떻게 방향이 잡히는지를 보고 결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동북아 평화·안정 구축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준비 중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 중인 균형외교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정부 내 대북메시지가 엇갈리며 혼선이 지속되는 와중에 중국과 북한 간 관계도 점차 ‘정상국가’로 변모하는 중이다. 일본도 대북 강경대응 기조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들 나라들 사이에서 북한과의 관계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 입안에 참여한 한 교수는 “다자외교 비전이나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반론이 나온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 부분을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결국 북한이 ‘남북 간에 대화하지 않고서는 (현 위기상황이)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듦으로써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돌파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각종 균형외교 방안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나 신북방정책 등 현 정부 외교정책이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거나,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동남아 순방 중 문 대통령이 발표할 ‘신남방정책’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아세안과 인도와의 외교를 미·중·일·러 수준으로 격상하는 것을 목표로 이들 나라의 발전을 지원하고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현 정부 외교정책의 또 다른 축을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고 신성장동력 발굴, 쌍방향 문화·인적교류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훈 주 일본대사, 우윤근 주 러시아대사, 문 대통령, 노영민 주 중국대사, 조윤제 주 미국대사.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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