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은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그제 발표됐다. 집회에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유족이 고발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마무리된 것이다. 검찰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의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책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러한 책임을 경찰 고위 관계자 중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장에게 "위법한 직사 살수에 대한 지휘·감독상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의 핵심을 빗겨나간 결과이자 가장 큰 오점"이라고 검찰의 처분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은 지난 정부와는 달리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고민한 흔적이 없지는 않았다. 유족을 만나 신속한 수사를 약속하면서도 "너무 중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선례 없는 사건의 새로운 결론을 내는 것에 신중했다"고도 밝혔다. 그렇더라도 당시 경찰청장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밝혀진 대로 과거 정부의 검찰은 노골적인 늑장 수사로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백남기 농민이 사고를 당한 지 500일이 넘도록 아무도 처벌받지 않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는 릴레이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고, 여러 시민·인권단체가 당시 검찰총장에게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러한 활동은 지금도 이어졌을지 모른다.
한 시민단체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4년 만에 수명을 다한 지난 정부 동안 최악의 검찰권 오남용 사례 중 하나로 백남기 농민 수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가 과연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도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앞에 언급한 비판과 관련해 추가 고발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총책임자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교롭게도 구 전 청장은 다른 뇌물수수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백남기 농민 사건이 종료되자마자 또 다른 사건의 수사 대상자가 된 것이다. 앞으로 뇌물 사건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관련자는 모두 구속됐거나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