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조선업계가 해외 조선소와의 합작을 통한 대안 모색에 들어간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는 기술지원 등을 통한 교류 확대가 선박 수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호황기 해외 진출 전례가 수익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만큼 실속은 여전히 의문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국영 극동조선소(FESRC) 산하 즈베즈다 조선소와 합작사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이 즈베즈다 조선소가 건조하는 북극 셔틀 유조선 건조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한다. 세부 절차는 협의를 통해 정해진다. 해당 유조선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의 계열사였다 매각된 디섹(DSEC)이 FESRC 산하 기업과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기술지원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합작사는 즈베즈다 조선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원과 물품 조달 등의 업무를 현지에서 맡을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같은 조선소와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설계와 구매, 인력,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지원 협약을 맺는 등 한국과 러시아 조선업계 간 교류가 활발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내 조선업계를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국내 주요 조선소 해외 현지 조선소 현황. 제작/뉴스토마토
반면 국내 조선업계의 해외 진출은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업황이 좋을 때 진출했던 해외 현지 조선소들은 수주불황과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맞물리며 매각되거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1997년 루마니아 정부와 합작해 설립한 망갈리아 조선소도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년간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 악화시켰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다.
STX조선해양은 무리한 해외 조선소 설립과 인수가 독이 됐다. STX조선해양은 2007년 STX유럽을 인수하고, 이듬해에는 STX다롄을 준공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주불황이 겹치면서 STX조선해양을 나락으로 몰았다.
삼성중공업도 2012년 브라질 아틀란티코조선소에 기술지원을 통한 지분 참여를 했으나, 현재 모두 청산한 상태다. 지금은 중국 롱청과 닝보 2곳에 선박 블록 조립용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외 현대미포조선은 베트남에서 현대비나신 조선소를,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수빅조선소를 선박 건조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이 많을 땐 해외 조선소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엔 생산성도 낮고 투자비도 많이 든다"라며 "러시아는 북극해를 중심으로 선박 건조 수요가 있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지만 사업성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