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보험사가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되는 채권의 기준을 지금보다 확대해줄 것을금융당국에 건의했지만 금융당국은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기채권의 경우 손실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는 장기투자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A손보사는 IFRS17 대비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현재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되는 기준인 잔존만기 3개월 이하 채권의 기준을 잔존만기 3년이하 채권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잔존만기 3개월초과 3년 이하 매도가능증권은 긴급 현금화시 손실발생 가능성이 보다 커 위기상황에 대응한 비상자금인 유동자산에 포함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보험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잔존만기 3년 채권의 거래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손실발생 가능성이 있어 인정 기준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잔존만기 3개월 채권을 구매해 유동성 비율을 맞추는게 아니라 기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 유동성 비율을 높이는게 원론인데 손보사가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3개월 만기 채권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만약 100% 미만으로 유동성 비율이 떨어지면 자회사출자가 금지된다. 유동성 비율이란 보험사의 현금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3개월 내에 현금화해 보험금, 해지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유동성 비율의 계산식은 발생가능 지급 보험금을 유동성자산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다.
유동성자산은 현금, 당좌예금, 보통예금, 잔존만기 3개월 이하인 채권 등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최근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잔존만기 3년 이하 채권은 듀레이션이 짧아 급하게 매각해도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잔존만기 3년 채권을 수익률 1% 올려 매각해도 원금 손실은 3%에 불과하고 최근 장기투자 기조와 맞지 않아 기준을 3년으로 확대해 할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운용 자산 중 대부분인 채권의 경우 작년 기준 잔존만기 3년 이하 채권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64.6%를 차지하고 현재 기준인 잔존만기 3개월 이하 채권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약 7.0%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등 변화는 회계기준애 대응하려면 자산운용을 장기로 가져가야 하지만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현재 단기 채권인 잔존만기 3개월 이하 채권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권 시장 상황을 볼 때 잔존만기 3년이하 채권까지는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해줘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동성 자산 인정 기준 확대에 대해서는 금감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유동성 자산 인정 기준 확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채권 시장 상황을 볼때 유동성 자산 인정 기준을 잔존만기 3년으로해도 리스크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시행 초기 은행 기준에 맞추면서 과도하게 보수적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