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세안(ASEAN)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목표”라면서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관계에서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 교류로 확대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며 소위 ‘3P정책’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와 관련해서는 ▲양국간 경제협력 틀 복원 및 활성화 ▲경제협력 분야 다각화 ▲기간산업 분야 협력 강화 ▲사람중심 경제협력 확대 ▲양국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 ▲교역품목 확대를 통한 전체 교역규모 확장 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철 청와대 경제 보좌관은 “인도네시아를 스타트로 우리의 신남방정책이 시동이 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 봄 인도 방문을 계획하고 있고, 내년 이 시점에 또 다른 3개국의 아세안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그때그때 다양성 있는 각국별 핵심정책을 발표해 그걸 묶은 정책으로, 소위 문재인 아세안 독트린으로 완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아세안 지역은 인구만 하더라도 6억3000만 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이런 기회의 땅을 중국이나 일본은 선점했는데 우리는 이걸 상당부분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역대 정부는) 아세안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간과했고, 중장기 정책이 부족했다”면서 “(문재인정부는)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 이는 지금의 중국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구체적 목표를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리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칼리바타 영웅묘지를 찾아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아구스 살림(Agus Salim) 등에게 헌화하고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 서명란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방명록에는 국문과 영문으로 “인도네시아 호국영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은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뤄왔습니다. 양국은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 우정과 공동번영의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가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사전 기재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칼리바타 영웅묘지를 찾아 헌화 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카르타=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