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노조 “코스닥 활성화 정책 모두 틀렸다”

개인투자자 보호 대책 균형 있게 논의돼야

입력 : 2017-11-10 오후 4:34:08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전면 비판했다. 과거 '코스닥 분리'가 '독립성 강화'로 바뀌었을 뿐 박근혜 정권이 내세웠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노조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방안은 진단도 처방도 모두 틀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모험자본 활동이 취약한 원인으로 회수시장 비활성화를 꼽았지만, 우리 경제규모나 해외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닥은 충분히 활성화된 시장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2013년부터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 규모가 6.1조원이 넘어서는데 이 중 2016년까지 실제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2.7조원에 불과하다"며 "투자할 기업이 마땅치 않은데 무턱대고 자금만 먼저 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조'나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조성된 정책 자금을 다 회수하려면 코스닥이 벤처캐피털의 ATM기가 돼야 한다"며 "코스닥만 탓할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 규모가 적정한 지, 공공·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조성한 자금이 놀고 있는 건 아닌지 들여다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상장요건 완화로 493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47개사가 상장 폐지됐다"며 "수십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이 증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스닥 거래의 90% 이상은 여전히 500만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코스닥 정책은 항상 공급 위주였다"며 "정권의 코드에 따라 공급 측면의 확대와 축소만 되풀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스닥 버블 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자 보호 대책도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방안에서 당사자인 거래소나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견수렴은 원천적으로 배제됐다"며 "벤처업계 등 편파적인 의견만 듣고 수립한 반쪽짜리 방안으론 절대 나스닥(NASDAQ)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일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는 공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았다. 당국을 이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대한 연기금 투자 비중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1층, 노조 측의 반대 피켓이 걸려있다.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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