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로 불렸던 해양플랜트가 위기에 처했다. 저유가에 수주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어렵게 수주한 프로젝트는 잦은 설계 변경에 수익성이 좋지 않다. 중국, 싱가포르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신흥국의 추격도 매섭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울산 동구·남구 부지와 건물, 구축물 등 일부를 현대미포조선에 매각한다. 해당 부지는 해양사업본부 일부(31만2784㎡)와 용연공장(34만7712㎡) 등 모두 66만490㎡ 규모다. 매각금액은 4430억원 수준이다.
이는 현대미포조선의 생산부지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현대미포조선은 2005년 7월부터 울산 장생포 부지 9만8441㎡를 임대해 조선 블록 공장으로 사용했다. 부지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소유하고, 울산항만공사가 관리하며 내년 6월말 임대 기간이 종료된다. 대체 부지의 필요성도 뒤따랐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에 건설한 세계 최초 FPSO 전문 'H도크' 전경.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 프로젝트 1기를 제외하면 해양플랜트 일감이 전무하다. 지난 2014년 11월 이후 3년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겼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내년 7월 인도 예정이다. 해양사업부문 직원들은 순환휴직 중이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국내 조선업계의 차별화된 미래 먹거리로 꼽혔다. 지난 2010년 고유가 바람을 타고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프로젝트 1개만 수주해도 많게는 수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어 수익성도 각광받았다. 그러나 기술력 한계가 부메랑이 됐다. 해양플랜트의 주요 설계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사의 설계 회사들 몫이었다. 조선3사는 이를 바탕으로 제작과 조립 등을 맡았지만,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인도 지연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수년째 계속된 저유가도 해양플랜트의 위기를 낳았다. 올해 삼성중공업이 2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실적이 제로다. 하반기 오랜만에 발주가 나왔던 스타토일의 '요한 카스트버그'의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SO)는 싱가포르의 셈코프 마린이 가져갔다. 조선3사가 모두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셈코프 마린에 밀렸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회복했지만 미국 셰일자원의 개발이 재차 본격화되면서 향후 유가 추이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가가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전과 같이 해양플랜트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며 "당장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부지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