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인천에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살해한 뒤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나눠 가진 혐의를 받는 10대 소녀들이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심신 미약과 공황장애가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22일 특정범죄가중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를 받는 주범 김모(17)양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공범 박모(18)양에 대한 항소심 1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김양 변호인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 미약에 있었다. 또 피고인이 처벌 전력이 없고 미성년자임에도 1심 판결이 지나치게 무거워 위법이 있다는 취지"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박양 변호인은 "김양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인식하지 못했고 가상 현실로 인식했다. 김양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오히려 박양 진술이 신빙성 있다는 주장"이라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고 초범인 점, 여러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감형해달라는 것"이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과 박양 변호인들은 김양이 평소 친구들과 나눈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를 놓고 맞섰다. 박양 변호인이 검찰에 "김양 범행과 관련된 자료다. 자료가 있으면 빼지 말고 전체를 달라"고 요청하자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사생활 자료"라고 밝혔다. 이에 박양 변호인은 "사생활 자료가 아니다. 제출 거부할 이유가 안 된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가 나서 "공정한 절차 진행을 위해 검찰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중재했다.
이후 박양 변호인이 다시 김양 다이렉트 메시지 관련해 "전체를 달라"고 요청하자 검찰은 "일단 검찰에서 보여드릴지 아예 드릴지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먼저 열람하고 의미가 있으면 증거로 제출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재판부도 "양쪽 다 당장 답을 얻으려고 하지 말라. 양이 많으면 서로 어려우니 양을 먼저 확인하고 출력을 하던가 파일로 보낼지 검토하길 바란다"고 제지했다.
고등학교 자퇴생인 김양은 지난 3월29일 인천시 연수구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양과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알게 된 박양은 김양에게 범행을 지휘하고 범행 당일 김양으로부터 A양의 손가락 등 시신 일부를 건네받고 보관하다가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살인방조죄 등으로 기소된 김양은 재판 중 살인 등 혐의로 죄명이 바뀌었다.
9월 1심은 김양에게 징역 20년, 박양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주범 김양은 2000년 10월생으로 만 18세 미만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수 없는 소년법 적용을 받아 공범이자 1998년 12월생인 박양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오른쪽)양과 공범 박모양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