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앞으로 상품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은 금융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고, 상품권 발행액의 50%를 발행보증금으로 공탁하거나 채무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상품권 발행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22일 상품권의 투명한 관리·감독을 위한 상품권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법안은 상품권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상품권의 투명한 관리·감독으로 상품권 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지만, 상품권의 불법적 악용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와 상품권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상법권법을 통해 상품권이 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사의 상품권 발행규모가 매년 사상 최대 규모를 갱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작년 한해에만 약 9조원의 상품권이 발행됐고, 지난해 법인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금액이 시행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어나기도 했다.
특히 전체 상품권 발행액 가운데 10만원권 이상 상품권이 60%에 달하지만 누가 얼마나 발행하고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 부정부패의 단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1만원권 이상 상품권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상품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상품권이 뇌물, 리베이트, 비자금 조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커 규제할 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 의원이 발의한 상품권법에 따르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금융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고 상품권을 발행하도록 했다.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최초 판매일로부터 5년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가 상품권 이용자를 보호하거나 유통질서 확립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자본금과 출자금 등 기준에 따라 연간 발행 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권 발행사는 상품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상품권 발행액의 50%를 발행보증금으로 공탁하거나 채무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특히 상품권 발행실적과 판매실적, 소멸시효가 지난 상품권 총액, 분기만료일 미상환총액 등에 대해서는 상품권 발행사가 시·도지사 등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외에 금융위에 ‘상품권정책협의회’를 설치하고, 미상환상품권 수익을 공익적 사업에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왼쪽 셋째)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상품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