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해 의원 세비를 반납해 마련한 재원으로 123억원의 서민 부실채권을 소각한 더불어민주당이 31일에는 금융공기업과 제2금융권을 통해 27조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141만여명의 채무자가 빚을 탕감받게 됐다.
민주당 민생상황실 민생119팀은 이날 ‘부실채권 소각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국회 정무위원으로 부실채권 소각에 앞장서온 제윤경 의원은 “금융공기업과 금융업계의 이번 결정으로 27조원 규모의 채권이 소각되고 141만명 이상에게 경제적으로 새 삶을 드렸다는 것이 뜻깊다”면서 “민주당은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발굴과 장기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금융공기업인 자산관리공사(국민행복기금 포함)와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소각한 부실채권이 21조7085억원(123만1000건)이다. 교보생명과 삼성화재, 농협중앙회, IBK캐피탈, SBI저축은행, 유암코, 태광그룹, 흥국생명은 약 5조4614억원(18만8626건)의 부실채권을 소각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공기업 기관장,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8개 업체), 주빌리은행이 참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소각은 응급처방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가계부채로 고통 받는 분들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국민행복기금이 많이 변질됐다. 그것부터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당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소각하게 됐다”며 “123만명, 21조7000억원 규모 채권에 대해 내일부터 각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본인 채무가 소멸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당과 협의해서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 행위를 막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12조원(33만명)의 부실채권 소각보고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의 부실채권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신3사와 대부업체, 국내 은행 등의 부실채권 12조1285억원을 소각하며 33만명의 빚을 탕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 개원 첫날 당선자 123명 전원이 1인당 세비 66만5000원을 기부해 서민 채무자 2525명의 부실채권 소각에도 나선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5월30~31일 이틀치 세비를 모은 8179만5000원으로 악성채권을 매입해 소각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금융위를 통해 금융기관이 서민 부실채권을 소각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장기연체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들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제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인 법안이다.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의 추심을 금지하는 내용이 이 법안의 골자다.
제 의원은 “대부업체들이 헐값으로 매입한 경우에 추가 연장을 못하게 하고, 또 압류 신청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이 법안에 담겨있다”며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점 법안”이라고 말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 민생119팀 ‘부실채권 소각현황보고’ 행사에서 우원식(왼쪽 네번째) 원내대표와 최종구(왼쪽 세번째)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