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즌 도래…되돌아본 이통3사 CEO '1년'

황창규는 퇴진설 곤혹, 권영수는 실적은 합격…박정호, '탄탄대로' 만점 활약

입력 : 2017-11-23 오후 4:57:26
[뉴스토마토 김기성·박현준 기자] 인사 시즌이 도래했다. 이동통신 3사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장 교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로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으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실적 공로에 향후 행보가 밝다. 황창규 KT 회장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CEO 퇴진 수난사의 악몽이 유일한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난해 12월 SK㈜ C&C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박정호 사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로 바빴다. 인수합병 전문가인 그는 최태원 회장의 일본 출장에도 동행하며 인수전을 주도했다. 수차례의 번복 끝에 결국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며 박 사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은 더욱 각별해졌다. 박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까지 3인 역할을 해냈다. 주위에는 사업에 전념키 위해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내려놓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잘 대응했다. 정부는 기본료 폐지를 거둬들이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20%→25%)을 강하게 추진했고, 이통 3사는 반발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법적 대응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레 전선은 무너졌고, 이는 정부와의 대립 대신 우호적 관계를 이끌어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박 사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이통 3사 CEO 중 홀로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 국감장에 나서면서 오히려 불참한 나머지 2명의 이통사 CEO들에게 화살이 집중됐다.
 
이보다 앞서서는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 소속 설치·수리기사 직접고용을 이끌어내며 새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호응했다. 사회적기업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의무 등 재정의를 추진하고 있는 최 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향후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후보로까지 꼽힌다. SK텔레콤 사장 취임 이후 내놨던 뉴ICT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 초 향후 3년간 뉴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미래형 네트워크 투자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개방과 협력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1등'을 추진하겠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왼쪽부터)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창규 KT 회장은 연임 도전을 결심하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KT의 수장으로 다시 낙점됐다. 취임 첫 해인 201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4066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1조4400억원으로 실적의 급반등을 일궈낸 공로가 인정됐다. 국제 신용도 하락과 재정 건전성 악화, 고질병이던 관료화 등 KT만의 문제에, 시장 정체와 출혈경쟁이라는 업계 공통분모가 겹쳤지만 혹독한 구조조정과 조직쇄신 등의 대수술로 KT를 다시 통신시장의 강자 반열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흑자전환과 함께 지난해 말 순부채비율이 40.8%로 크게 내려가는 등 재무구조가 튼튼해졌다. 반도체시장을 주름잡던 '황의 법칙'은 '기가토피아'라는 이름으로 통신시장에 뿌리내렸다.   
 
올해 들어서도 차세대 통신망인 5G를 주도하며 내년 있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ICT 강국 한국의 힘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무대로 삼겠다는 목표와 함께 KT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불안감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일부 연루되며 새 노조 등으로부터 퇴진 대상으로 지목됐고, 이는 남중수·이석채 등 전임자들의 불명예 퇴진과 맞물리면서 그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종합감사에서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그만 둘 생각 없느냐"는 직접적 질의를 마주할 정도로 궁지로 몰렸다. 일부 내부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아 어렵게 연임 도전을 결정한 황 회장을 괴롭힌다. 다만, 청와대가 적폐청산을 최우선 기조로 내건 만큼 과거의 적폐 관행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여전히 살아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실적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창사 이래 최대치인 연간 7465억원의 영업이익을 일궈냈다. 어려운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군계일학의 성적표다. 홈IoT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10월말 LG유플러스의 홈IoT 가입자는 93만 가구로, 이는 이통 3사 중 가장 많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 재임 시절 도입했던 A2D(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사무국을 LG유플러스에서도 적용하며 원가절감 등 비용 최적화에 힘을 쏟았다. A2D사무국은 수기로 하던 각종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CFO(재무최고책임자) 출신으로 숫자(실적)에만 치중, 연구개발 등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는 정체를 보인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협력사 콜센터 여직원의 죽음도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 국감에서 호된 야단을 들어야 했던 다단계 판매망도 아직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룹 내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어 그의 순항은 무난하다는 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김기성·박현준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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