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듣고 뉴미디어로 말하다

대의민주주의 보완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포퓰리즘 변질 주의해야"

입력 : 2017-11-27 오후 5:30:0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국민은 간접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한다. 국민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실제 청와대는 국민청원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국민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구조로 직접민주주의를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도입된 ‘국민청원 게시판’은 26일로 100일을 맞았다. 27일 기준 5만1000여건의 청원이 올라와 하루 평균 500여건 수준으로 국민의 반응이 뜨겁다.
 
청와대 측은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면서 “국정 현안 관련,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 따라 소년법 개정과 임신중절 관련법 개정(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발표됐다. 현재 가장 많이 올라온 청원은 ‘조두순 출소반대’로, 지난 9월 6일 올라온 이후 57만명이 동의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두 번째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로 인해 제기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요청’ 글이다. 청와대는 이 두 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내 위안부 창설’ 등 일부 부도덕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청원, 혹은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와 같이 사법부나 입법부 영역을 침해하는 청원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 역시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어떤 의견이든 국민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제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며 “어떤 의견이든 참여기준을 넘은 청원에 대해서는 성의 있게 답변해 주길 바란다. 기준보다 적은 경우에도 관련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주길 바란다”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국민청원이 청와대가 국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창구라면, 뉴미디어는 청와대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수단이다.
 
청와대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평일 오전 11시 50분 청와대 소식을 전하는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유튜브에서는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국정상황을 국민에게 브리핑한다. 문 대통령 내외의 소소한 일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달한다.
 
“청와대가 언론사냐”라며 일부 언론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뉴미디어 컨텐츠는 국민과 직접 소통의 의미”라면서 “1인 미디어가 보편화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청와대도 자체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주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청와대 기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청와대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의 길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의민주주의의 오류(박근혜 국정농단)를 국민이 직접 수정한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커졌다”면서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그 열망이 커져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의 직접민주주의 시도는 민심과 정치권의 괴리를 좁히고, 국민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의민주주의(국회)를 무시하는 일종의 포퓰리즘이나 여론몰이로 변하지 않도록 강약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 국무위원들과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 '광장에, 서' 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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